‘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세계적인 조선경기 불황으로 현대중공업이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시작된 집안싸움이 좀처럼 그칠줄 모르고 있다. 노사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쳐도 모자랄판에 2016·2017년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임단협)조차 타결짓지 못하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경영위기를 놓고 노사가 네탓 공방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일감부족에 따른 휴업·교육, 부분휴직에 이르기까지 합의없는 마찰과 대립으로 일관, 갈등의 골만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1995년부터 이어진 19년 무분규 교섭타결 기록은 잊혀진지 오래고, 공존을 위한 ‘노사 상생’은 사전속 용어로 기억될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얼마되지 않는 물량을 잡기 위해 총성없는 ‘수주전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집안싸움에 몰두, 수주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감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사측의 한숨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회사는 28일 소식지에서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웨이 최대 국영 석유회사 스타토일이 지난 3월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관련 사업을 발주했고, 회사는 국내외 조선사와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먼저 소개했다. 또 오는 11월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스타토일 한국지사장과 안전담당자가 지난 21일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현대중을 찾았다고 한다. 사실상 수주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날이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아침 집회를 하는 등 수주활동을 방해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총 규모가 수십 억 달러에 이르는 이 설비는 북해 유전 요한 카스트버그 개발에 투입되며, 현대중이 수주에 성공하면 전체 설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선체와 설비 건조를 맡는다. 9월부터 일이 없는 부서를 중심으로 휴업(휴직)과 교육을 진행 중인 현 상황을 부분적이나마 타개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집안싸움을 멈추고 노사가 일감확보에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감이 없는 공장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는 ‘군산조선소’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7월부터 가동을 전격 중단, 한때 5000여명이 일했던 군산조선소에는 남아있는 직원이 거의 없다. 직영 인력 760명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울산 본사로 배치됐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해 지역 상공계와 정치권까지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물량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해달라며 정부와 청와대, 여당 등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정치적 입김에 울산 물량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어렵사리 확보한 일감조차 빼앗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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