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축

▲ 경상일보 자료사진

10척 수주계약 하루만에
전북道, 靑에 개입 요청
사측 “울산서 건조 명시”
1년간 설계작업 거쳐야 해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무관

전북지역 정치권이 현대중공업이 최근 수주한 광물운반선 10척 중 일부를 군산조선소에 배정해줄 것을 정부와 청와대,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측은 “울산본사도 일감이 없어 일부 도크가동을 중단하고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상황에서 가능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이번 신규 수주건은 1년간의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이맘께 울산본사에서 건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울산시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전북도의회 박재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군산조선소 조기 재가동과 관련한 면담을 가졌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 선사 발주 15척과 국내 해운업체 발주 20척 중 전부나 일부를 현대중공업이 수주한다면 군산조선소에 우선 배정해 군산조선소가 속도감 있게 재가동될 수 있도록 청와대와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전날 현대중공업이 폴라리스쉬핑과 광물운반선(VLOC) 10척에 대한 수주계약을 체결한 뒤 하루 만에 가진 자리로, 한마디로 VLOC 신규 수주건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의 몇년째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7월부터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가동중단 후 직영인력 760명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울산본사로 재배치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울산본사에도 물량이 없어 일부 도크를 놀리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조선소에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성립하지 않고, 또 이번 수주는 1년간의 설계작업을 거쳐 실제 야드에서 건조작업은 빨라도 내년 이맘때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박 수주는 견적과 주문당시 계약서 등에 건조하는 공장(사업장)을 명시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 광물운반선(VLOC) 10척은 울산본사에서 건조하는 것으로 돼 있어 계약을 어길수가 없다”며 “전북지역의 요구와 희망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군산으로 물량배정은)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실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는 수주난으로 지난해 6월 4도크에 이어 올해 3월 5도크 등 2개 도크에서 선박건조 작업을 중단했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8월말 4도크 가동을 중단하는 등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잔량은 지난해 8월 91척이었지만 올해 8월 65척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 유휴인력 5000명에 대해 800명씩 순환휴직 및 200~300명씩 교육을 시행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대규모 수주건을 비롯해 올 들어 수주낭보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 하반기 이후 조선야드와 도크에서 다시 예전처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울산시는 최근 몇년새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큰 침체를 겪고 있던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에서 모처럼 대규모 신규 수주가 이뤄졌는데 자칫 군산으로 뺏길까 노심초사하며 이날 이례적으로 동향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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