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문시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진규 시인이 28일 오후 11시께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193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안성농고를 거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한 ‘현대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초기에는 화려하고 섬세한 수사와 자아의 심층에 탐닉하는 작품을 썼다.

그러나 곧 시와 일상의 괴리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애썼다.

시적 이념 차이로 현대시 동인에서 탈퇴한 뒤 내놓은 시론 ‘시의 애매함에 대하여’(1969)와 ‘시의 정직함에 대하여’(1969)에서 자신의 지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1977년 펴낸 세 번째 시집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에서 산문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관념에서 벗어나 일상성을 회복하려 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몸시’(1994)와 ‘알시’(1997) 등의 시집을 통해 신체와 생명의 문제를 탐구했다.

지난달 열여덟 번째 시집 ‘모르는 귀’를 내는 등 최근까지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 생활과 기업체 홍보 일을 한 고인은 전봉건 시인의 뒤를 이어 1988년 월간 현대시학 주간을 맡았다.

20년 넘게 문예지를 펴내며 후배 시인들을 발굴했다.

제31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고 대한민국문화훈장·한국시인협회상·월탄문학상·현대시학작품상·이상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영림 씨와 민영(한국외대 교수)·서영(조각가)·지영(머서코리아 부사장)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에 차려졌다.

발인은 10월 1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보체리 선영이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 02-3010-226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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