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뒤보셰 등 3인, 생체분자 3차원 이미지화 공로 수상
“분자용 ’구글어스‘…신약개발에 결정적 기여”

올해 노벨화학상은 ‘생화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자크 뒤보셰(75), 요아힘 프랑크(77), 리처드 헨더슨(7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이들 3명을 2017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용액 내 생체분자를 고화질로 영상화할 수 있는 저온전자 현미경(Cryo-EM) 관찰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저온전자 현미경이란 수분을 함유한 세포나 수용액에 존재하는 생체 고분자를 초저온 상태로 유지한 채 자연적인 상태로 관찰하는 전자 현미경을 말한다.

기존 전자식 현미경으로는 생물 시료를 직접 관찰할 경우 강력한 전자선에 의한 손상 때문에 온전한 이미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저온전자 현미경으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과정을 시각화할 수 있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생체분자 이미지를 단순화하고 개선해 생화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신약 개발과 생체의 화학작용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헨더슨은 케임브리지대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헨더슨은 1990년 전자 현미경을 개조해 단백질의 3차원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상용 가능하도록 한 것은 프랑크였다. 그는 1975∼1987년 전자 현미경의 흐릿한 2차원 이미지를 분석해
정밀한 3차원 구조를 나타내는 이미지 처리 방법을 개발했다.

독일에서 태어난 프랑크는 미국 시민권자로 현재 미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위스 출신으로 현재 스위스 로잔대 명예교수인 뒤보셰는 1980년대 초 급속 동결법을 활용해 전자 현미경 이용 시 시료가 건조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기술을 통해 시료가 진공 상태에서도 원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온 전자 현미경은 2013년 원자 수준의 최적화된 해상도를 얻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몇 년 동안 과학 문헌에는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단백질부터 지카 바이러스의 표면에 이르기까지 이미지로 가득 차있다”며 “이제 생화학 분야는 폭발적인 발전을 마주하고 있으며 흥미진진한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라 스노게루프 린세 스위스 룬드대 교수는 “더는 비밀은 없다. 이제 우리는 체액의 한 방울, 세포의 구석구석에 있는 생체분자의 복잡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생화학 혁명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앨리슨 캠벨 미국화학회(ACS) 회장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상자들의 발견에 대해 “우리를 단백질 내 원
자의 미세한 부분으로까지 이동시키는 분자용 ’구글어스‘같다”며 “생명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매우 귀중하다”고 평가했다.

마그달레나 제르니카-괴츠 캠브리지대 교수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선정이 “훌륭하다”며 “시각적 이미지는 이해의 핵심 요소로, 보통 중대한 과학적 발견을 향해 가장 먼저 우리의 눈을 열고 마음을 열어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프랑크는 수상 소식을 접하고는 놀라움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노벨위원회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과학적 혁명이나 훌륭한 발견이 많기 때문에 내가 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7천만원)다.

수상자 3명은 각각 상금의 3분의 1씩 수령하게 된다.

앞서 노벨위원회는 2일 생리의학상(제프리 C. 홀 등 3명·미국·‘생체시계’ 연구), 3일 물리학상(라이너 바이스 등 3명·미국·중력파 확인) 수상자를 공개했다. 오는 9일까지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이 차례로 발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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