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문화재 전문 복원·보존 기

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본산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문화재 복원 기관에 우리 전통 종이 한지가 전달됐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대사 최종현)은 4일 피렌체의 문화재 복원·보존 전문 연구소인 '오피피치오 델레 피에트레 두레'(Opificio delle Pietre Dure·이하 OPD)를 방문, 경남 의령군에 있는 신현세 전통한지공방에서 제작한 전통 한지를 기증했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에 있는 이 연구소는 1588년부터 메디치 가문의 예술품을 제작해온 공방과 1932년 이탈리아 문화부가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설립한 현대식 복원연구소인 피렌체 복원연구소의 합병으로 탄생한 곳으로 문화재 복원, 보존, 복원교육을 총체적으로 수행하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이번 기증은 종이복원 분야에서 한국 한지를 시험해본 뒤 추후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뤄졌다.

최종현 대사는 이날 기증식에서 "문화재 복원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인 만큼 한지가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에 기여할 수 있으면 한국으로서도 큰 보람이 될 것"이라며 "한지뿐 아니라 한국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문화재보존 분야의 협력과 인력 교류 등도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보티첼리, 카라바조,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화가들의 유명한 걸작의 복원 기획을 지휘한 마르코 치아티 OPD 소장은 "한지와 같은 귀한 선물을 받아 기쁘다"며 "문화재 복원 분야에 적극적으로 적용해보겠다"고 화답했다.

피렌체는 1966년 도시를 휩쓴 대홍수 이후 펼쳐진 대대적인 문화재 복원작업에서 일본 전통 종이 화지가 대거 쓰이며, 화지가 세계 속에 광범위하게 알려지는 계기로 작용한 곳이다.

수많은 문화 유산을 보유, 전 세계 문화재 복원의 중심지로 꼽히는 피렌체에서 우리 한지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아직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은 한지 세계화에도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기증된 신현세 장인의 한지는 작년에 복원된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이탈리아의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등의 복원 작업에도 쓰인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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