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의견 배제 희생만 강요
국민적 공감과 합의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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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율 울주군의회 의장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해당 원전만의 문제가 아님은 자명하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탈원전 정책이 별개 사안이라 하지만 국가 미래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는 문재인 대통령.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문제에 있어서는 너무나 성급하다. 그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후 두 달이 안 되는 시점에서 건설 중인 원전을 일시 중단시킨 뒤 곧바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졸속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는 구성에 대한 법적 근거 논란으로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그 활동은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은 공론화위원회를 상대로는 활동중지 가처분신청을, 신고리 5·6호기를 일시 중단한 한수원이사회를 상대로는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가 하면, 건설중단 반대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활동들을 부정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가장 중요시 다뤄져야할 지역의 의견 수렴절차가 배제되고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데 있다. 삶의 터전까지 내주며 자율 유치한 주민들 아닌가. 어떤 결정이 나든 뒷감당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도 우리 지역 주민들 몫이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게 아니라 정책 결정에 앞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 뜻을 제대로 묻고, 신고리 5·6호기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에 우선반영 해야 하지만, 사전에 어떠한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지역 경제 구조자체가 장기간 원전건설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주민들은 그에 의존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일시 중단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손님으로 붐벼야 할 식당과 숙박업소는 문을 닫을 지경이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지역을 이탈하며 지역 상권은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매몰비용 문제, 지방세수 보전문제, 전력 수급문제, 원전 기술 경쟁력 문제 등 영구 중단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피해 상황을 지금 말해 무엇하랴. 3개월이라는 일시중단 기간만으로도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는 게 지역 주민들인데 말이다.

그렇기에 답답한 심정에 복장이 터진다. 건설 중단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건설 재개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지역의 입장을 모두가 백번 천번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일시중단, 그리고 영구중단에 따라 지역, 또는 그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을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그런 다음 공론화든 뭐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논의하는 게 순서다.

사소한 정책 하나도 그 절차가 잘못되면 결과에 대한 승복을 가져 오기 어려운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절차는 그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만큼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풀어 제대로 채워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에 직접 나서야 한다. 아울러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논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그런 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이든, 탈원전이든 추진하는 게 국가정책에 적극 협조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한성율 울주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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