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은 한국이 원해서 체결된
안보의 생명줄이자 전쟁 막는 안전핀
일부 주장으로 안보혼선 빚어선 안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현 정부의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모대학 특임명예교수가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 모재단 창립 11주년 기념토론회에서 한·미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을 해 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었다. 단군 이래 최장 연휴기간이 끝난 지금 한·미 동맹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남남갈등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문 특보는 “한·미 동맹을 깨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된다. 동맹하는 이유가 전쟁하지 말라고 하는 게 동맹인데…”라고 했다. 그리고 대북제재와 압박이 능사가 아니며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필요하고,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에 반대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이는 꽤나 알아주는 관변학자가, 더욱이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서 한 말이라고 보기에는 앞뒤도 맞지 않고 격에도 어울리지 않는 실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군사적으로 ‘무방비에 가까운’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 김일성 정권의 전면남침으로 시작되었던 6·25 한국동란은 1951년 7월부터 휴전협상에 들어갔다. 한·미 동맹은 그 당시 대한민국의 안전에 대한 보장없는 휴전협상을 반대하며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강수까지 두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1953년 10월1일 한·미 간에 조인된 상호방위조약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물론 조약 체결 이전 미국은 전략적 가치가 낮고 미군의 군사적 희생이 컸던 한반도에서 철수,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 정부와의 협상에서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어야만 했기에 당시로서는 한국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의미하는 한·미 동맹을 미국이 수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미 동맹은 북한과 그 지원세력에 의한 대한민국에 대한 침략을 억지하는 것이 그 본래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문 특보는 말(馬)과 마차의 위치를 바꿔서 “한·미 동맹을 깨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 북한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문 특보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전쟁을 부를 위험이 있으니, 이를 중지하라’고 한다든지, ‘한·미 동맹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일탈행위를 감시하고 있으니 그것을 포기하고 대화로 나서라’라고 했어야 했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에 대하여 정부가 반대하는 것이 맞다”고 한 언급이나 ‘대화’에 대한 문 특보의 주장 또한 격에도 맞지 않고 생뚱맞기까지 하다. 특히 대화는 북·미 대화, 남·북 대화, 6자회담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었지 않은가.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현 국면에서는 제재와 압박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정부는 안보정책에 있어서 더 이상 혼선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 특보가 학자의 입장을 주장하려면 순수한 학자로 남기 바란다.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이 절실하게 원해서 체결된 군사안보동맹이며, 대한민국 안보의 생명줄이자 전쟁을 막는 안전장치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장난을 벌이면 벌일수록 한·미 동맹의 필요성은 절실해 질 것인 바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의 틀 내에서 전략핵 재배치와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책상 위에 올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로 불안해서 못살 것 같다. 그리고 한·미 동맹은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원조사유(casus foederis)는 조약 문구 상 각국의 ‘헌법적 절차’에 의해 발동하는 것으로 돼 있다. 미국 조야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자동개입’이라고 하니 한·미 동맹도 우리가 절실해야 제대로 발동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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