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민의의 전당이다. 그 대표적인 기능은 예산심의, 조례제·개정, 행정사무감사와 조사 등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권한은 예산심의권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이 낸 세금인 예산이 지역발전과 시민복지를 위해제대로 편성, 집행되고 있는 지를 철저히 가리고, 감시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의원들도 시민대의기관이란 권위를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하면서 집행기관의 예산편성과 집행, 업무추진상황 등을 사사건건 심의하고 보고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울산시의회의 행보를 보면 의문이 가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수일전 울산시가 북한에 보낸 울산배 1만상자에 대해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시의 예산중 3억원이 충분한 사전 절차없이 사용됐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  물론 울산시의 입장에선 3억원을 들여 북한에 울산의 특산품을 보낼 때 국가적인 중대사인 남북 화해협력의 증진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또 이같은 일을 갑자기 추진하다보니 심완구 시장이 의회지도부에 개별적으로 동의를 구한 뒤 울산배의 북송절차를 밟은 것도 이해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시의회의 입장은 집행기관과는 다른 무엇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시일의 촉박성에다 국가적인 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묵시적인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사후보고라도 받아야 한다.  이는 예산수호자의 위치에서 공식적인 예산승인없는 사업추진의 절차상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공식회의석상의 업무보고가 속기록에 남고, 이같은 속기록의 모음이 곧 울산의 역사가 된다고 볼 때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문장의속기록도 남기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울산배 북송의 취지와 목적, 기대효과 등에 관한 어떠한 역사적 기록도 울산시의정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지난 7일 올해 첫 임시회를 개회한 울산시의회는 이같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깜깜무소식이다. 8일에는 울산배 북송의 주무부서인 울산시 경제통상국의 올해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이에 대해 질의하는 의원도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집행부의 의회경시이자 이를 자초하는 의회의 자화상이라 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집행부의 의회에 대한 업무보고가 시민에 대한 그것이고, 의정단상의 의원은 자연인이 아니라 시민대표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시민들의 알권리에 대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심시장이 지난달말 재경울산향우회 신년교례회 이후 수차 의원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의회안팎에서는 국가적인 사안이고 말리려고 해도 이미 때가 늦었다며 "차라리 모르는 체 하는 게 낫다"는 견해도 분분했다고 한다. 이 대목은 시의회가 일순간일지라도 시민대표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같다. "울산배북송의 취지가 좋고 국가적인 사안이어서 묵시적인 동의를 하며, 공식적인 사후보고절차는 철저히 이행하라"는 정도의 개념정립도 어렵다면 "있으나 마나"한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울산배 북송문제 외에도 시의회는 지난달말 종료한 일산유원지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를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누이 다짐해온 보다 성숙하고 충실한 의정활동을 제대로 실천하지는 않고 내년 실시될 지방선거를 의식해의정홍보극대화, 지역구활동에 치중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유권자들이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참다운 의원상을 보일 때, 그것이 바로 다음 선거의 득표력과 직결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주기를 기대한다. 송귀홍 정경부장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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