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작년 6월 말 취임 이후 고공 행진하던 ‘스트롱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무자비한 마약 단속이 그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면서 ‘마약과의 유혈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0일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SWS가 9월 23∼27일 전국 18세 이상 1500명(표본오차 ±2.5%)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67%로, 지난 6월 조사 때 78%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에서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자 비율을 뺀 순만족도는 48%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지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73%로, 6월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9%포인트 낮아졌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 법률고문은 경찰의 마약 단속 과정에서 10대들이 사살된 것이 대통령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의 급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 대변인은 “허니문은 끝났을지 모르지만, 국민은 여전히 대통령을 좋아한다”며 지속적인 마약 소탕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권의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유혈소탕전이 필리핀 전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마약 단속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었지만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마약사범에 대한 초법적 처형을 막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정부에 재차 촉구했다.

▲ 지난 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 중단을 요구하는 유럽지역 의원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유럽 국가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9일 필리핀에서 마약용의자가 증거나 재판도 없이 사살되고 있다며 주로 젊은이와 빈곤층이 희생되는 이 같은 처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제네바 대표인 존 피셔는 지난 7일 필리핀 온라인매체 래플러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정부가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을 계속하면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원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NHRC는 지난달 채택한 필리핀 정례 인권검토 보고서를 통해 ‘묻지마식’ 마약용의자 사살과 관련해 유엔특별보고관의 조사 허용을 요구했지만, 필리핀 정부는 초법적 처형은 없다며 거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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