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인간은 언제나 공감과 감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개인사회의 도래가 이 시대의 필연처럼 등장했지만 공동체 속에서 정서적 충족감을 얻지 못한다면 일상은 더 이상 풍요롭기 어렵다. 공동체란 ‘너’라는 존재에 대한 마음작용과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한 ‘나’를 배려하는 것이다.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해 조상께 제사를 올리는 추석은 바로 이런 공동체 풍습의 하나다. 이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떡이다.

떡을 찔 때는 시루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루는 솥 위에 올려놓고 수증기로 음식을 익히는 도구로 공동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래된 시루가 한 가정에서보다는 집단화된 공간에서 쉽게 발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루에는 중앙에 큰 구멍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크고 작은 구멍 간의 간격이 오차범위 없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때, 떡은 골고루 잘 익는다. 솥 안에서는 수분의 흡수·배출이 매우 중요한데, 사소해 보이지만 이 구멍을 통해서 맛있는 떡이 완성된다. 시루의 구멍은 곧 소통의 공간적 개념이다. 너와 나의 세계가 호흡하는 생명의 통로로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다.

▲ 질시루

시루에 떡을 쪄냈을 때 간혹 골고루 익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루의 원리를 몰라서 발생한 일임에도 부정 타는 행위가 있었다고 여기는 풍습도 있었다. 아마도 떡을 준비할 땐 항상 정성을 다하라는 교훈이 아니었을까. 떡이 잘못돼 이웃들의 기대를 저버릴까 염려하는, 나 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명절 뿐 아니라 경조사가 있을 때면 떡을 장만한다. 이웃과 널리 나눠 먹으면서 기쁨을 함께 하고 고마움을 전하는 음식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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