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초임 시절. 선배 교사들은 늘 나에게 교사로 평생 있으면서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직에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학창시절 눈에 띄지도 재능이 많거나 모범생도 아니었다. 교사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급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워했으며 늘 열심히는 하지만 그냥 무엇을 하고 싶지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양 날개를 펴면 최대길이가 무려 3.4m에 이르지만 물갈퀴 때문에 걷거나 뛰는 모습이 뒤뚱뒤뚱 우스꽝스러워 ‘바보 새’라고 불리는 앨버트로스처럼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나의 교직 첫 업무는 교원 도서관리와 교과서 업무였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업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운 업무 일수도 있다. 앨버트로스처럼 뒤뚱뒤뚱 거리던 나는 수업이 끝나면 교원 도서실에 틀어박혀 누구도 찾지 않는 교원 도서실의 책을 다 꺼내 하나하나 번호를 매기고 자음, 모음 순서로 정리하곤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각 반에 낑낑대며 땀범벅이 되어 교과서를 배달하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동기들은 “너는 정말 미련해, 외부에서 오는 책자 누가 본다고, 교과서는 각 반별로 아이들 시켜서 들고 가라고 하면 되지 일을 왜 그렇게 요령 없이 하니?”라고 말하곤 했다. 그랬다. 어떻게 보면 나는 늘 방법도 요령도 없이 그저 열심히 무엇이든 했다. 방과 후에 아이들과 컵라면을 먹으면서 무수히 많은 밤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하며 수많은 대회 준비와 동아리활동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러다 어쩌면 운 좋게도 2015개정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나의 교직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소프트웨어 교육 강의 전날까지 피지컬 교구 설명서의 영어를 번역해가며 혼자서 새벽까지 끙끙대는 경험, KTX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며 방학마다 120시간 넘게 전국의 소프트웨어 직무연수를 찾아다닌 경험 끝에 ‘바보 새‘ 앨버트로스인 나는 여전히 바보 같지만 수많은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만나면서 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함께 컵라면을 먹으며 과학대회와 발명대회에 나갔던 나의 ‘바보 새끼 새’ 제자들은 대학 등지에서 IT 융합과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하며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면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으면 남보다 앞서 갈수 있는지, 좋은 대학을 갈수 있냐는 물음이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미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교육도 벅찬데 굳이 소프트웨어 교육까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회의감도 들고 나 스스로도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세상에 나오고 이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도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10월10일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날이다. 그리고 이번 주는 소프트웨어 교육주간으로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다채로운 교육이 이루어진다.

앨버트로스는 평소에 날지 못하는 ‘바보 새’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모든 조류 중 가장 활공을 잘하는 조류로 아무도 날 수 없을 만큼 사나운 폭풍이 몰려오는 날 매우 길고 좁은 날개로 날갯짓을 않고도 수 시간 동안 떠 있을 수 있다.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비행하는 앨버트로스처럼 전 세계 아이들과 함께 어린 앨버트로스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의 세계에서 멋지게 비행하기를 소망한다. 그 비행이 설사 어설퍼도 실패해도 괜찮다. 너도 나도 ‘바보 새’처럼 보이지만 앨버트로스처럼 멋진 날개를 맘껏 펼칠 날이 곧 올 테니깐.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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