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현재 현대중공업 수주 잔량이 75척에 8개월치밖에 없어 8개월 후면 올스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또 “보통 현대중공업만 연간 100~120척을 짓는데, 보통 수주 잔량은 200, 300척에 달한다”며 “하지만 올해 수주한 게 30척 정도에 불과하고, 가격 역시 반값에 수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심한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최고 경영자의 진단이다. ‘수주 0’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긴 하지만 예사롭지 않다. 반토막 가격에 얼마되지 않는 선박건조 물량을 놓고 벌어지는 세계적 수주전쟁 양상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의례적인 우려수준을 넘어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지금의 수주절벽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전면 공장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에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닥쳐올 충격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조선업황과 회사경영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이미 2015~2016년 3500여명의 직원을 떠나보낸 바 있다. 지난 7월1일에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라는 힘겨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것도 모자라 엔진·조선부문을 시작으로 해양·플랜트 부문 유휴인력에 대한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측은 수주물량 감소로 하반기에 유휴인력이 5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휴직은 1인당 5주씩, 7차례에 걸쳐 내년 5월까지 진행된다. 직원들은 이 기간동안 평균임금의 70%를 받는다. 일감나누기 등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버텨보겠다는 것이지만 조만간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선 구조조정만으로도 지역경제가 뒤흔들리는 마당에 어찌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의 집안싸움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쳐도 모자랄판에 2016·2017년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임단협)조차 타결짓지 못하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경영위기를 놓고 노사가 네탓 공방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일감부족에 따른 휴업·교육, 부분휴직에 이르기까지 합의없는 마찰과 대립으로 일관, 갈등의 골만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노조가 다음주부터 차기 집행부 선거체제에 돌입한다. 조합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일터를 온전히 지키기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이 아닌 상생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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