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선에 선 처용문화제가 14~15일 태화강대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횟수로는 51회다. 처용문화제의 실질적인 역사를 51년이라 하기는 어려우나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며 시민들의 인식 속에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몇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공업축제가 처용문화제로 이름을 바꾼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면 월드뮤직페스티벌 개최와 10년만의 분리가 또하나의 변화가 아닌가 한다. 올해 처용문화제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처용문화제를 주관하는 울산문화재단은 강소전문축제를 지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나 강한 축제가 될지는 결과를 보아야 하겠으나 예고된 프로그램으로 미뤄 일단 규모가 대폭 줄었다. 3~4일 이상으로 치러지던 일정은 1박2일로 줄었고 콘텐츠도 단순히 월드뮤직페스티벌이 빠져나간 수준이 아니다. 지난 11일 열린 처용학술심포지엄을 비롯해 개막공연과 폐막공연, 구·군대표 민속예술경연, 개운포를 주제로한 VR과 1931년 촬영된 처용무 영상자료를 상영하는 주제전시관 운영, 모필·처용탈 등의 시연과 전시가 전부다. 51년만에 가장 단촐한 축제가 될 듯하다.

규모가 줄었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작지만 강한 축제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다. 문제는 역사성과 전문성을 핑계로 더욱 재미없는 축제로 전락함으로써 자칫 수십년간 겨우 지켜온 ‘처용’이라는 브랜드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처용’의 가치는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울산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삼국유사>에 분명하게 기록된 처용설화의 발상지이다. 처용암과 망해사라는 설화 속의 현장도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처용가는 교과서에도 실려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처용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처용설화와 관련된 논문만 해도 300편을 넘어섰다. 처용탈을 쓰고 추는 처용무는 11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의 춤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문학과 음악, 무용, 미술까지 이처럼 다채로운 분야로 확장이 가능한 문화유산이 또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처용가에 대한 분분한 해석과 처용이 누구인가라는 호기심까지 갖추었다. 그야말로 전문강소축제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소재라 할 수 있다.

울산문화재단이 설립된지 1년도 채 안됐고 특히 처용문화제 준비기간은 매우 짧았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들여 마련한 개·폐막공연과 주제전시관이 작지만 강한 축제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가져본다. 강소축제를 핑계로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움츠린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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