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선제한 폐지·높이제한 삭제
하늘 가려 개방감 줄고 도시도 컴컴
절도·폭행등 골목길 범죄 증가우려

▲ 성인수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세월호 비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규제완화로부터 시작되었다. 기업친화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시절에 선박회사들의 애로사항을 받아들여 정부는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내항여객선의 사용가능연한을 5년 연장했다. 그 전까지 내항여객선은 건조 후 25년이 되면 여객선으로 운항이 불가능했다. 안전기준이 낮은 화물선이나 유람선으로 개조하거나 동남아 국가 등에 매각해야 했다.

당시 여객선 사용가능연한이 연장되지 않았다면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이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18년이나 된 배를 사들이지 않았으리라. 사고 때 세월호는 만든 지 21년 된 배였다. 세월호는 추가화물을 운반해 더 벌기 위해 불법으로 개조됐다. 세월호는 1년 동안 139차례 제주 항로에서 과적화물 운반으로 상당한 이윤을 청해진해운에 남겨줬다. 그래도 세월호는 제재 없이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당시 정부의 규제완화로 이해관계자인 선박협회가 스스로 안전검사의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2009년 개정된 선박 관련 안전법에, 선박소유자가 어떤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으면 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도 있었다. 양벌규정의 선주의 책임을 좀 완화해 주자는 규정이었다.

규제개혁, 규제완화가 두렵기조차 하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로 건축법에서 55년 만에, 도로 폭에 따라 일정한 사선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던 사선제한 조항이 폐지되었다. 도로 폭이 좁은 곳에서는 땅이 넓지 않은 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시에서 가로구역별 건축물의 높이를 지정·공고한 경우 외에 높이가 정해지지 아니한 가로구역은 건축물의 높이는 전면 도로의 반대쪽 경계선까지의 수평거리의 1.5배를 넘을 수 없었다.

이 전면도로 사선제한으로 허용용적률만큼 개발이 어렵고 건물 외관이 계단(사선)형으로 되어 도시미관을 저해한다고 규제를 완화했다. 도시의 개방감 확보가 필요한 경우 가로구역별 높이를 정하도록 하고, 이 높이제한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울산시는 아직 가로구역별 높이를 추가 지정하지 않았고, 이제 준비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없고 집들을 짓지 않는다고, 좁은 땅에 높게 지어 수익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건설업자들의 요청에 법 조항을 폐지하면서 집을 지을 수 있게 했다. 부동산사무소는 ‘도로사선제한 폐지에 따른 주거지역 돈 버는 토지투자 노하우’를 선전하고 있다.

도시 골목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천천히 어두워질 것이다. 골목에서 하늘이 잠식당해 손바닥만큼 보일 것이다. 몇 년이 걸릴 것인가? 도시가 어두워져서 골목에서의 절도, 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게. 박근혜 대통령 시절 2015년의 규제완화가 혹시 어두운 골목에서의 자잘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범죄예방 안전도시를 꿈꾸려면 도시의 안전성이 기본부터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규제완화란 말만 들어도 몇 년 뒤에 어떤 일이 생기려나 걱정이 앞선다. 이익을 도모하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정책을 펴다 그 어려움을 시민들이 당하지 않을까?

나는 두렵다. 거리가 서서히 안전하지 않은 골목으로 변할 것 같아서. 개방감이 적어지고, 하늘이 좁게 보이고 거리가 어두워지고, 상대적으로 불안한 거리가 되지 않을까? 구청 건축심의위원회에서 보면 좁은 골목에 지하 주차 면수만 무리하게 확보하면 높이는 마음껏 올리는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주택지 가까이 들어서려 한다. 몇 년 후 골목 주차난과 함께 높은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어두운 골목에 가득한 불편한 거리가 되지 않을까? 건축신청을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울산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용역을 한다고 들었다. 도로 사선제한 규정을 다시 부활시켰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본다. ‘민생과 혁신을 위한 규제 재설계(국조실)’로 되어 있다. 변질되지 않도록 지켜봐야지.

성인수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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