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해양문화재연구소

명량해협 수중조사 현장서

전쟁유물·청자등 120점 공개

▲ 12일 전남 진도군 군내면과 해남군 문내면 사이 명량해협에 정박한 누리안호에서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수중 발굴한 돌 탄환과 포탄, 석궁 방아쇠인 쇠뇌 등 전쟁유물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연구소는 올해 5월부터 5차 수중탐사 및 발굴조사를 통해 전쟁유물과 도자기 등 120여점을 새롭게 찾아냈다. 연합뉴스
올해는 임진왜란 화의교섭의 결렬로 1597년(선조 30)에 일어난 재차의 왜란, ‘정유재란’이 일어난 지 7주갑이 되는 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12일 전남 진도와 해남 사이의 명량해협 선상에서 국내 최초 발굴된 ‘돌탄환’ 등 정유재란 당시 전쟁유물과 고려청자, 토기 등 유물 120여점을 공개했다.

이날 유물 공개는 명량해협 현장 탐사선 누리안호 선상에서 이뤄졌다. 명량해협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으며, 발굴 유물 수는 모두 910여점으로 늘어났다.

이날 공개된 돌탄환은 조선수군이 사용했던 조란탄(鳥卵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는 화약 20냥을 잰 지자총통으로 300발 가량을 한꺼번에 쐈던 둥근 모양의 탄환이다. 지름 약 2.5㎝ 크기로 새알처럼 생겨 조란탄으로 불렸는데 원재료는 철이다.

정유재란(丁酉再亂) 당시 철을 구하기 힘들어 돌로 탄환을 만들었던 조선수군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유물이라는 평가다. 연구소 측은 철재 조란탄이나 이보다 크기가 훨씬 큰 ‘돌포탄(석환·石丸)’은 기존 조사에서도 발굴했지만, 돌탄환 발견은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현대 무기에 비유하면 기관총 방아쇠 구실을 한 ‘노기’와 돌포탄 등 다른 전쟁유물도 함께 발굴됐다. 노기는 함선에 거치해서 쓰는 석궁 형태 자동화기 ‘쇠뇌’의 방아쇠 부분이다.

조선조 명량해협은 해상항로의 중심구역이기도 했으나 항해가 어려워 배가 자주 난파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해전 유물 이외에 해상교역유물도 다수 공개됐다.

아름다운 비취색과 화려한 문양이 특징인 고려청자 잔과 유병(油甁·기름을 담는 병)은 12~13세기 제작된 유물이 대부분이었고, 전남 강진에서 만들어진 청자도 포함됐다. 닻이 물 속에 잘 가라앉도록 하는 닻돌도 10여점 발굴됐으며, 선원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유물인 금속 숟가락도 나왔다.

김병근 학예연구관은 “명량해협 발굴은 내달 2일까지 진행한 뒤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며 “내년에는 장소를 바꿔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수중발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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