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실성군과 박제상이 광개토태왕에게 나아가 구원군을 요청했다.

태왕은 박제상에게 물었다.

“정녕 내물 마립간이 이사품왕의 포로가 되었느냐?”

“그러하옵니다. 포로가 되어 왕족에서 천민으로 격하되어 개 취급을 받고 있사옵니다. 내물 마립간은 오로지 폐하의 구원군이 오기를 일각여삼추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태왕이 실성군을 보며 말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난 지금까지 구원군을 보내기를 주저했다. 그동안 내물 마립간이 신라의 철, 염, 주와 특산물을 잘 보내지 않고, 때로는 백제, 가야, 왜와 밀통해 무역하고 질자를 보내기까지 한 사실도 있다.”

“폐하, 그건 이번 전쟁이 끝나고 벌을 주십시오. 지금은 시급히 구원군을 보내 적의 아가리에서 마립간을 건지는 일이 우선입니다.”

“내물 마립간을 구해달라? 내물은 전쟁에 패해 포로가 된 것도 모자라 천민이 되어 개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자를 신라인들이 다시 왕으로 받들겠는가.”

태왕이 말했다.

“신라에서 내물의 시대는 가고, 실성, 이제 자네의 때가 왔네.”

실성이 그야말로 원하고 바라던 말이었다. 그러나 쉽게 응락해 버리면 자신의 탐욕스런 본심이 드러나 태왕의 비위를 거스를 수도 있었다.

“폐하의 말씀대로 아무래도 내물의 때는 지나간 듯합니다. 하오나 저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덕이 부족해서 마립간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 너는 나로부터 제왕학을 배웠고, 내가 너의 국량을 잘 안다. 신라로 돌아가면 반드시 훌륭한 마립간이 될 것이다.”

“저를 믿어주시니 고맙습니다. 폐하께서 저를 도와주시면 저는 폐하와 고구려에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알겠노라. 그럼, 나의 오만 군사와 함께 신라로 가서 내물 마립간을 구원하고 금관가야와 왜를 쳐서 신라 땅에서 영원히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

“황은이 망극하나이다.”

광개토왕은 즉시 평양 외곽의 고구려 보기군 5만을 신라를 향해 출병 시키고 직접 선두에 서서 진두지휘를 했다.

백마를 탄 태왕이 보검인 신검을 빼어들고 소리쳤다.

“신라 금성으로 진격하라! 비겁한 가야군들과 간악한 왜놈들에게 고구려군의 위용과 본때를 보여줘라.”

금성 반월성의 뇌옥에 갇힌 신라의 내물 마립간은 고구려의 구원군이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내물은 아침 저녁으로 북쪽 고구려를 향해 절을 했다.

금관가야의 이사품왕은 그런 내물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마립간이라는 자가 고구려의 똥과 방귀도 향기롭다고 사대를 하니 나라가 온전하게 남아나겠는가.”

 

우리말 어원연구

똥. 【E】dung. 똥은 영어발음으로 ‘덩’이다. 이 말은 변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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