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5일 열린 처용문화제는 강소전문축제로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월드뮤직페스티벌과 분리되면서 예산은 3분의 1로, 일정은 이틀로 줄어들어 예상대로 볼거리·즐길거리가 다소 빈약했지만 처용에 집중하면서 전통문화를 한데 버무린 것이 주효했다. 이틀간의 축제기간에는 비가 오락가락했음에도 참가자는 2만5000여명이나 됐다. 특히 상당수 참여자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경연에 참여를 하거나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적극적 관람자였다. 개·폐막공연은 처용의 가치를 관객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 처용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인식을 높였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처용무에 대한 새로운 소개였다. 11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도 손선숙 궁중정재복원전문가의 ‘일제 강점기 1931년 ‘처용무’ 정재의 재현가치’라는 주제발표는 처용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 공연 영상자료는 축제기간동안 주제관을 통해 상영됐다. 주제관이 너무 왜소해 폭넓은 관심을 유도하지는 못했으나 진중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처용무의 재현과 재해석 및 변용을 축제콘텐츠로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셈이다.

울산시는 월드뮤직페스티벌과 분리돼 첫 개최되는 이번 처용문화제를 남구에 넘기려고 했다가 의도대로 되지 못하자 울산문화재단이 맡았다. 그 때문에 수십년간 크고 작은 파고를 헤치고 어렵게 항해를 계속해온 처용문화제가 자칫 난파선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컸다. 울산문화재단 박상언 대표는 “작년에 편성된 예산을 둘로 나누다보니 처용문화제가 상대적으로 빈약해졌지만 처용에 집중한 콘텐츠에 대한 시민반응을 통해 축제의 발전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색 있는 축제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처용의 변용은 무한하다. 처용무를 중심으로 한 무용,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한 국문학, 처용탈을 활용한 미술, 처용무의 의상을 발전시킨 패션 등 전국적으로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콘텐츠들이 많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지난 11일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외국 도시에 나가면 별 것 아닌 전통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행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면서 “우리에게 처용이 충분히 그런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을 낳고 침몰한 처용문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 내년에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서 보다 강한 처용문화제 만들기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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