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욕설·인신공격 위험수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 기하고
자신이 한 말에는 항상 책임져야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 간에 험악한 말들이 오고 가면서 북미관계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적이 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궁금증이 큰 뉴스였지만 통상적인 외교관계에서는 흔하지 않는 거친 용어들이 사용된 점 자체도 화젯거리였다.

최근 들어 말과 글을 통한 표현이 점점 과격해지고 험악해지는 느낌이 든다. 항상 뉴스감이 되는 유명인들의 말도 그 표현이 점점 세어지고 있지만 특히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표현의 과잉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누구라도 표적이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을 한다. 익명성이라는 보호막 뒤에서 아무 죄의식없이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는가 하면 ‘김치녀’ ‘한남충’과 같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기까지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와 견해가 다르거나 적대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모욕주기가 계속되고 있다. 때로는 자기와 전혀 관계없고 잘 모르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한 말에 기대어 그냥 비판을 하나 더 올리기도 한다.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나중의 문제이고 지금 당장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면 그저 ‘유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얼버무리고 만다.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시내버스 사건이 그 좋은 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네살 어린 아이만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엄마는 미처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버스 기사가 문을 닫고 출발해 버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이 엄마가 버스를 세워달라고 다급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이를 무시, 계속 버스를 몰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버스기사는 순식간에 아주 몹쓸 사람으로 매도당했다. 그러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아이는 네살이 아닌 일곱살이었으며, 버스 기사는 승객이 단순히 정류장을 놓친 것으로 알고 안전을 위해 규정에 따라 다음 정류장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반전 되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엄마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기가 찰 일이다.

말에도 본새가 있고 모양새가 있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다르게 전달된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도 좋지만 무질서와 방종은 경계해야 한다. 자유롭게 말을 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 철학자 김용옥 교수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기탄없이’라는 말이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기탄있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탄’은 어렵게 여겨 거리낀다는 뜻으로 거리낌은 거리감과 함께 한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준다고 한다. 거리끼게 되면 겸손을 생각하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되니 그만큼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기탄없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오죽하면 이런 주장을 했을까 싶다.

말과 글을 통한 표현이 과격해지는 바탕에는 과도한 이기심과 경쟁심이 자리 잡고 있다. 남이야 어찌되건 자신과 주위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잘 살고 더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내편이 상대편을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도를 넘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욕설과 인신공격을 거리낌없이 하게 만든다

옛 사람들은 과유불급, 과공비례라고 했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고 과도한 공경은 예의가 아니라 부담이라고 경계했다. 그 만큼 행동 하나 하나에는 자제가 있어야 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도한 집착은 잘못될 경우 원망과 허탈로 돌변해서 자신을 공격하게 되고 과도한 표현은 더 과도한 표현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고 품위 손상으로 이어져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 칭찬받을 말은 못할망정 지탄받을 말은 하지 말자.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