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지금까지 우리 포럼의 시민운동은 전쟁이었다. 문화유산을 지키며 특화미술관 만들려고 10년을 싸워도 허사다. 울산초등학교를 없애더니 이제는 도서관마저 철거한다. 전제정치(專制政治)행정에 문화도시의 꿈이 뭉개졌다. 이게 무슨 도시발전 구상이냐. 보존할 유산을 없애면서 미술관을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중부도서관은 울산에 마지막 남은 공공문화자산이다. 정치권에 빌붙어 맞장구를 치던 자들은 향토사에 씻지 못할 죄인이 되는 줄도 모른다. 아무리 무식해도 이 건물의 역사성을 모를까? 중부도서관은 울산이 가장 번성하던 1980년대에 처음 만든 시립도서관이다. 미술관을 짓는다고 인재를 키운 100년이 넘는 학교를 없앴으면 몇 년이 걸려도 그 자리에 세워야지 그 터를 팽개치고 또 도서관 철거에 매달린다. 문화재 때문이라는 변명을 믿을 사람이 없다. 공사비 욕심이 아니면 추진할 의지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여론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울산객사터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국가적 문화재 터다. 울산터와 판박이였던 그곳에 서울미술관을 지었다. 울산은 왜 못짓나.

꼭 그 자리뿐이라면 도서관 보존부터 생각하고 도서관을 중심으로 건축물의 지상부분만 남북으로 배치하면 된다. 도로부지까지 지하공간구성으로 연결하면 더 큰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몇 발 옮겨 다시 짓는 신축도서관에 드는 이중비용이 얼마인데 이런 추진을 할까? 김민수 교수는 ‘한국 도시디자인 답사’에서 울산을 표백된 도시라 평했다. 보존할 유산을 모조리 없앤 도시는 전국에서 울산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지역을 마구 허물고 변형시켜도 괜찮을지 둘러보면 안다. 울산이 자랑할 문화자산이 집중된 곳이다. 전국에 자랑할 문화관광지구가 된다는 사실을 울산시 행정만 모른다. 객사복원에만 꽂힌 사람들이라 가만두면 문화자원 건물을 모조리 없앨 것 같아 다시 거론해야겠다.

1. 미술관은 외형이 자랑이 아니다. 이곳에 국제적 이슈가 될 특화미술관을 만들면 문화지구 형성의 핵이 된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에 운영프로그램의 자문을 구해왔다. 2. 도서관과 문화의집 운영은 뉴욕 링컨센터 도서관보다 더 좋은 시대를 앞선 세계 최초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3. 3·1회관은 서슬 퍼렇던 일제치하에서 울산청년들이 문화활동공간으로 1921년에 건립된 자리다. 상하이임시정부에서 격려했던 곳을 울산홍보관을 만들어 기릴 수 있다. 4. 기상대 건물은 어린이 게임비디오 공간으로 활용가능하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유명 게임비디오를 모아서 어린이 지능개발 프로그램으로 이용한다. 5. 해남사는 통도사의 말사(末寺)다. 본사와의 협의로 도심에서 보는 산사의 사찰공원을 만들 수 있다. 6. 객사복원은 ‘두고 보는 유산’이 아니라 시민문화활동 공간으로 ‘시대의 유산’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울산미술관 부지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울산의 문화관광지구가 된다. 우리 포럼에는 WCC(세계문화도시)추진 외부조직이 있다. 울산의 자연환경과 시민운동에 매료된 국내외 인사 15명이다. 11명은 외국 거주 박사급 각계 전문인이다. △미술관을 핵으로 문화관광지구 형성 △새로운 정원이 된 태화강 △세계적 이슈의 산업박물관 개발로 울산은 국제적 문화관광도시가 된다는 확신이다. 세계최초의 미술관과 산업박물관 구상도 그들과의 협의로 도출됐다. 시민단체 역할은 여기까지다. 실천은 행정의 몫이다. 보안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문서전달만으로 안되기에 3년을 기다렸으나 불발이다. 이토록 시민의 언로가 막힌 도시가 또 있을까?

브라질 꾸리지바는 여행객이 뽑은 ‘꿈의 도시’다. 도시계획을 반대하는 시민을 찾아 끝까지 설득한 레르네르 시장의 소통으로 만들어졌다. 그의 재선에는 90% 이상의 시민이 찬성했다. UN이 뽑은 세계 최고 환경도시가 된 영광은 시장의 개혁적 사고와 순수한 헌신적 집념으로 가능했다.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관광객이 넘친다. 흉물이었던 도심 고가철로를 ‘걷고 싶은 공원길’로 탈바꿈시켰다. 시민단체에 예산집행까지 맡긴 블룸버그 시장의 혁신적 행정결과물이다. 시장에 감동한 시민들은 시의 조례까지 바꿔 그의 3선을 도왔다. 두 도시의 사례에서 지도자의 철학과 정신을 느끼는 예다. 공직자의 진정성은 시민이 먼저 안다. 지휘관을 잘못 만나 전장에서 후퇴할 때, 병사는 허공에 대고 총질을 한다. 분통이 터져서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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