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소빈 농서초등학교 행정실장

고양 스타필드의 ‘핑크빛 설렘 자판기’를 들어보셨나요?

오천원을 자판기에 넣고 추리, 로맨스, 여행, 지식교양, 아동, 자기계발, 힐링 영역 중 원하는 장르를 고르면 수십년 동안 책과 함께 한 청계천 헌책방 사장님이 추천해 준 책 한권이 당신을 찾아온다. 포장된 상자를 열면 ‘당신의 일상에 설렘을 더하다’라는 멘트와 함께 헌책방 사장님의 얼굴도 소개돼 있다.

어떤 책이 나올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색다른 경험이 되어 준다. 설렘 자판기는 국제비영리 단체 인액터스 연세대지부의 ‘책 it out’ 팀이 잊혀져 가는 헌책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시작된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동안 대형서점, 온라인서점, 전자책으로 경쟁력을 잃어 외면 받아 온 헌책방 주인들에게 힘이 되어준 책 자판기의 수익금은 고스란히 헌책방에 되돌아간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책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 설렘 자판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책 읽기 좋은 가을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과 소셜미디어, 온라인 게임과 같은 플랫폼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책을 손에 잡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세계적 리더들은 독서광으로 더 유명하다. 특히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해의 책을 발표하고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하는 등 독서문화를 선도한다. 리더들은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정리하고 싶을 때 책 속에서 지혜를 찾고 책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운다.

책과 담을 쌓고 지내던 필자는 출산을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서른이 되어서야 늦은 독서를 시작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 마음에 출산휴가 90일 동안 매일 교육서 한 권씩을 읽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1일1독’을 목표로 매일 한권의 책을 읽었다.

비록 늦게 시작한 독서습관이지만 울산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학부모 자녀 독서동아리를 2012년부터 5년간 운영했고 우수 동아리로 4년 연속 선정되는데 밑거름이 되어준 것은 아이들을 재워놓고 작은 불빛에 쪼그리고 앉아 졸린 눈 부벼가며 읽었던 책 한권의 힘이었다.

다가오는 10월에는 울산교육청에서 기획한 ‘울산학생 책읽는데이 축제 한마당’ 행사가 열린다. 전시부스 운영, 행복독서 우수사례 발표대회, 학생 낭송 낭독대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소리내어 책읽는데이, 필사적으로 책읽는데이로 독서력을 갈고 닦은 학생들이 책 축제 무대 위에서 실력을 맘껏 발휘하기를 응원한다. 꺼져가는 헌책방을 살려낸 기적같은 책 자판기처럼 학생들에게 설렘을 주는 ‘울산 책 축제’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양소빈 농서초등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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