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성 구영중학교 교사

며칠 전 자유학기제를 맞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직업체험을 다녀왔다. 17개 체험 중 나는 플로리스트 체험을 담당하게 되었다. 우아하게 꽃꽂이 하는 여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힘이 많이 드는 직업이라 남자들에게도 잘 맞고 실제 우리나라에서 제일 이름난 플로리스트는 남자라고 했다. 직업 체험을 온 학생들 중에서도 남학생들이 더 섬세하게 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정말로 교실에선 의기소침한 남학생이 삼각형의 안정적인 구도로 집중력 있게 작업해 강사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가 71년에 걸쳐 달성한 600억 달러(약 70조 원) 수준의 매출액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의 10년은 지금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인데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현재 안정적이고 인기있는 공무원이나 의사, 변호사가 되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미 변호사, 한의사, 의사, 공무원(교사) 등은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변호사가 공무원 입직 시 5급 사무관 대우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6~7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일반 기업도 과거에는 변호사 자격자를 직원으로 채용할 때 최소 과장 대우를 했었는데 최근에는 대리급에 준하는 조건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이전에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되면 로스쿨의 인기 역시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의사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850~900명의 한의사가 배출되는데다가 홍삼과 같은 건강식품의 인기로 한의사들의 수입은 급감했다. 2014년 8월21일자 ‘서울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 문 닫은 한의원은 전국 828곳이나 되었다고 한다. 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경제’ 2015년 10월13일자에 따르면 개인병원 폐업률은 2010년 11.4%에서 2013년 12.18%로 증가하고 있으며 동네병원(의원급) 개업 대비 폐업률은 2009년 74.9%에서 2013년 83.9%로 4년 새 9%포인트 높아졌다고 한다. 즉 동네병원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은행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내놓는 신용대출 상품인 ‘닥터론’의 대출 잔액이 2015년 8월 기준으로 무려 1조1100억원이라니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다.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단순 민원 업무처리는 무인 기계나 온라인상으로 이뤄져 해당 직책의 공무원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고 나아가 온라인 선거가 확대되면 선거관리위원회의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공무원인 교사들도 출산율 저하에 따라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으며 나라의 재정 악화로 공무원연금법도 개정돼 노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오늘날 직업 중 47%는 10년 후에 사라진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발표가 있었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정적인 직업, 지금 잘나가는 직업, 부모들이 좋다고 아이들에게 권하는 직업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미성 구영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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