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학력·외모 중시 사회문제
행복한 삶 찾아 이민 떠나기도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어야

▲ 배상문 위앤장탑내과 원장 내과전문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에 보면 20대 후반의 여성이 호주로 이민을 간다. 왜 한국을 떠나느냐는 물음에 한국이 싫어서 혹은 여기서 못 살겠다고 느껴서이다.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에 3년 정도 근무하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 한국에서는 비전과 경쟁력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란 물려받을만한 경제력을 지닌 부모가 있거나(재력), 명문대를 나왔거나(학력), 빼어난 외모를 말한다. 이 중에 하나라도 있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심각한 문제는 부모의 재력만 있으면 사교육과 성형을 통해 학력과 외모는 후천적으로도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타고난 재력이 없다면 나머지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세습자본주의로 가는 도정에 있다. 그녀가 떠난 호주는 어떠한가?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궁핍과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다. 그녀는 행복해 졌을까? 신분상승을 이루었을까? 외국으로의 탈출이 암담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공무원 시험에 수만 명이 몰리는 시대다. 그 노력을 호주에서 다른데 투자한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 공무원의 삶보다 호주 식당 웨이트리스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주장한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호주는 5만4000불이고 한국은 2만7000불로 2배 차이가 난다. 삶의 질은 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이 좋은 것은 없을까? C형 간염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오는 교포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고가의 C형 간염 치료제에도 보험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다.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택배와 배달문화도 발달해 있다. 돈 많은 사람에게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한국일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가 결혼할 때 집을 해가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고 한다. 집을 못 해가는 남자는 ‘무능하다’고 평가 받는다. 아파트 전세라도 얻기 위해서는 최소 억 단위의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은 부모가 해 주든지 아니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이라도 외모가 받쳐주면 결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수준 하위 40%의 남성은 결혼이 쉽지 않다. 남자의 경제력, 여성의 외모가 일종의 교환조건으로 결혼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거나 안정적 삶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결혼이 어려워지고 인구가 줄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결혼한 사람들마저도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남에게 뒤처지고 왕따가 되기 쉽다. 공부를 못하면 인정받지도 못한다. 약육강식의 정글같은 세상,

강자가 되라고 강요하는 사회, 가젤에게 너는 왜 사자가 되지 못하냐고 윽박지르는 사람들. 육식동물이 되지 못하는 초식동물은 울타리를 넘어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에나 포식자는 있기 마련이다. 사자와 싸워 이기는 가젤이 되지 못하더라도 뭉쳐서 사자의 공격을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사주를 본 적이 있다. 역술가가 말했다. “운이 나쁜 사람들이 공부하는 거예요. 운 좋아지면 공부할 시간 없어. 돈 벌 시간도 부족한데 공부는 무슨. 운 나쁠 땐 공부하는 게 최고예요. 손님 지금 운 없어. 공부나 해!”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운은 돌고 돈다. 책을 읽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운이 온다.

배상문 위앤장탑내과 원장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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