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경남과기대 공동 연구팀, 중수소 잡는 강력한 다공성 물질 개발

▲ 고효율 중수소 분리 시스템.

수소와 중수소를 분리하는 강력한 물질이 개발됐다.

이 물질로 중수소를 분리한 효율은 현재까지 보고된 효율 가운데 세계 최고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자연과학부 문회리 교수팀이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에 간단한 처리를 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오현철 경남과기대 교수, 마이클 허셔(Michael Hirscher)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강성구 울산대 교수가 참여했다.

▲ UNIST 문회리 교수(오른쪽)와 제1저자 김진영 연구원.

특히,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를 분리하는 원리인 ‘운동 양자체(KQS) 효과’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AQS) 효과’를 동시에 구현한 첫 기술로 주목받는다.

이 내용은 미국화학회지(JACS) 표지 논문에 소개됐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이며,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가운데 0.016%로 극히 미미하다. 또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한다. 하지만 동위원소가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설계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른바 ‘양자체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김진영 UNIST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쌀과 좁쌀을 체(sieve)로 쳐서 분리하듯 중수소와 수소를 양자체(quantun sieve)에 통과시켜 골라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쌀과 좁쌀은 크기 차이를, 중수소와 수소는 양자(quantum) 차이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 UNIST 김진영 연구원과 문회리 교수(오른쪽)가 금속-유기 골격체 설계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수소 분리 기술에는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다공성 물질에 중수소를 더 잘 흡착하는 자리를 만드는 방법)와 운동 양자체 효과(다공성 물질의 기공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중수소를 분리하는 기술)를 각각 사용했다.

문 교수팀은 두 양자체 효과를 한 시스템에서 구현하는 전략을 제안, 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먼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를 얻기 위해 중수소와 화학적 친화도가 높은 다공성 물질인 ‘MOF-74’를 선택했다.

그 다음 이 물질의 기공 내부에 이미다졸(imidazole) 분자를 도입해 구멍 크기를 조절했다.

수소보다 미세하게 작은 중수소만 통과시키도록 설계해 운동 양자체 효과를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공성 물질 ‘MOF-74-IM’에서는 중수소가 조절된 구멍 내부로 빠르게 확산되는 동시에 내부에 있는 흡착 자리에 화학적으로 강하게 달라붙을 수 있었다.

이때 중수소 분리 인자는 최대 26을 나타냈는데, 수소 1개당 중수소 26개를 골라낸다는 의미로 중수소 분리 효율로는 세계 최고 기록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문회리 교수팀의 연구가 미국화학회지(JACS) 표지로 선정된 이미지.

문 교수는 “기존에도 양자체 효과를 이용해 중수소를 분리하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두 양자체 효과를 동시에 가진 분리 시스템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며 “지구상에서 귀한 자원인 중수소를 얻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의 시스템에서 두 양자체의 효과를 동시에 구현하는 전략은 그간 분리하기 어려웠던 삼중수소 같은 다양한 동위원소와 가스 혼합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중수소뿐 아니라 다양한 가스 혼합물을 효율적으로 분리할 새로운 아이디어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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