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
어떤 결론이든 수용 재확인
중단땐 탈원전 힘 실리지만
산업계 등 반발 달래기 숙제
재개땐 新에너지정책 제동

청와대는 19일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가를 공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의 주된 주제 역시 20일에 있을 공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대응방안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대(對)정부권고안’이 유보 입장 없이 건설 중단이든 재개든 결론을 담을 것으로 예상하고 시나리오별 대응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결과가 발표되고 난 뒤 발표할 메시지를 비롯해 각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 수석실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폭넓게 논의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회의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든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들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사회적 이슈의 결론이 발표되는 첫 사례인 만큼 그 영향력도 큰 탓에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청와대의 입장과 대응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 중단 결정이 나온다면 대선 기간부터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해 온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는 구상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에도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다만 산업계를 비롯해 건설 재개를 중단해 온 집단의 반발은 더욱 커질 확률이 높아 어떻게 이를 포용하느냐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공사 재개 결정이 나온다면 탈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청와대로서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한편, 에너지 전환정책을 장기적인 과제로 삼고 여론을 더 수렴해 긴 호흡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공약이라 해도 다수의 국민이 이를 반대한다면 그 여론을 존중한다는 이미지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탈원전이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청와대로서는 공사 재개 결론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청와대는 이런 의견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어떤 결론이 나도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공사 재개 결론이 나온다면 보수 세력의 정치 공세가 완화돼 오히려 정권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공론화위의 결정과 상관없이 민주주의 절차와 관련한 소기의 성과는 얻을 것이라는 점을 일정한 성과로 평가하는 기류가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청와대나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결론을 낸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숙의(熟議) 과정을 거쳐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의 결론을 냄으로써 그 자체로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도 큰 성과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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