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곳곳 도로표지판 무성한 가로수로 제구실 못해
시·구·군·시설공단 등 대책은 뒷전 책임전가에 급급
19일 남구 야음시장 앞 대로변과 야음초등학교 주변 간선도로. 가을을 맞아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가지들이 약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대형 도로표지판을 뒤덮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가로수 가지 사이로 ‘시청’이라는 문구만 확인 가능했다. 주행 중에는 표지판이 있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였다. 제한속도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이나 도로선형을 미리 알려주는 작은 크기의 표지판들도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탓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은 남구 뿐 아니라 동구 봉수로, 중구 다전터널 인근, 북부순환도로 등 울산지역 곳곳에서 확인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도로 가로수·정비 관리기준은 20m 이상 도로는 울산시설공단에 위탁해 관리하고 그 이하 간선도로 등 작은 도로는 각 구·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가로수 정비나 도로표지판 관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행정기관에서는 책임을 서로 미루는 등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로수 정비·관리를 담당하는 시나 울산시설공단 측에서는 환경·녹지 측면을 생각하면 매년 되풀이되는 민원과 이로 인한 과도한 가지치기 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담당자는 “표지판을 자꾸 가린다고 민원이 들어와 가지치기를 하면 가로수들의 성장이 억제될 수 있어 무분별한 가지치기가 능사가 아니다”며 “도시가 생길 때 상식적으로 가로수를 먼저 심고 그 다음에 표지판을 설치했다. 애초부터 도로표지판을 확 트인 곳에 설치하는 등 표지판 이동이나 정비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도로표지판 설치·관리를 담당하는 종건에서는 가로수 정비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종건의 한 관계자는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 우려가 있다”며 “표지판도 보여야 제 기능을 하는 것이지, 보이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나무를 피해 표지판을 옮기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