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대통령 “마지막 테러범 죽을 때까지 계엄령 유지”

▲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비판하는 서방국가를 향해 또다시 날 선 각을 세웠다.

20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원조를 더는 받지 않겠다고 EU에 공식 통보할 계획이다.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전날 기자들에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2일 EU가 필리핀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난하며 필리핀 주재 EU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EU가 필리핀 경찰의 ‘묻지마식’ 마약용의자 사살로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다고 계속 비판하고 일각에서 원조 중단 등 경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발끈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5월 처음 밝힌 EU 원조 거부 입장이 공식화된 가운데 카예타노 장관은 “이번 조치가 양측 교역과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4∼2020년 필리핀에 대한 EU의 원조 예산은 3억 유로(4013억 원)에 이른다.

▲ 정부군과 IS 추종 반군이 5개월간 교전을 벌인 필리핀 남부 마라위 시.

EU는 필리핀의 4위 교역 상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고위급 포럼 행사에서 “어떤 서방국가라도 문명화된 방법으로 불법 마약을 단속하는 데 관심이 있으면 필리핀에 초청해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필리핀에서 사살된 마약용의자 모두에게 초법적 처형의 결과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선포한 계엄령을 마지막 테러범이 죽을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23일 민다나오 섬 마라위 시를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을 토벌하기 위해 계엄령을 발동했다.

토벌 작전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계엄령 해제 주장이 야권과 인권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과 필리핀군은 마라위 시 이외의 다른 지역에 있는 IS 추종 세력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계엄령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필리핀 남부 해역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인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병력 투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선박과 선원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IS 추종 반군 ‘아부사야프’를 겨냥한 것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