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트럼프 유엔연설 후 발송…“압력·제재 작동 반영”

▲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관이 지난달 28일 현지의 호주대사관에 보낸 문서.

북한이 ‘의회 외교’ 창구인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의 명의로 호주 의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한을 접수한 호주 정부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제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는 반응을 보였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가 보낸 서한을 접수한 사실을 19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을 보유한 호주 미디어그룹 페어팩스에 공개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와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세계 여러 나라 의회와 정당들에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으나 발송 대상국을 밝히지는 않았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완전한 파괴” 등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뒤 미국과 북한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던 상황이었던 만큼 서한 발송은 여론전의 하나로 분석됐다.

이 서한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북한대사관 측으로부터 지난달 28일 현지의 호주대사관에 전달됐다.

▲ 지난 12일 판문점을 찾은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

북한은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연설 내용을 비난한 뒤 “트럼프가 핵전쟁 위협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각국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모한 행동에 맞서 국제적 정의와 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임무와 의무를 이행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비숍 장관은 북한이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아닌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의 공개서한 형식을 이용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호주 유력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유언 그레이엄은 서한 발송국 대상에 호주를 올려놓은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갈라놓으려는 시도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밝혔다.

그레이엄은 또 이번 서한을 실질적으로 고위급 접촉을 위해 서울 주재 호주 대표단을 파견하라는 초청 성격으로 본다며 호주로서는 존재감을 발휘할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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