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모든 국가 평등하게 대하는 중국 외교 전통에서 나온 것”

▲ 당대회 토론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신망 화면 캡처]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 개막을 계기로 ‘신형 국제 관계’ 구축 추진을 선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업무 보고에서 “중국은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 공동 발전을 촉진하는 외교 정책을 엄격히 지키며 상호 존중과 공평·정의, 협력·상생에 기초한 ’신형 국제 관계‘의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나라 인민들이 힘을 합쳐 인류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고 포용적인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할 것을 호소한다”면서 “냉전과 강권 정치를 버리고 대항이 아닌 대화, 동맹이 아닌 동반자로서 새로운 교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유관기관과의 토론회에서 “시 주석이 업무 보고에서 명확히 지적했듯이 중국 특색 대국 외교는 신형 국제관계 건설과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 외교가 추구하는 모든 목표를 응축해놓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왕 부장은 신형 국제 관계를 ‘상호 존중’, ‘공평 정의’, ‘합작 공영’으로 규정하면서,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버리고 모든 국가를 평등하게 대하는 중국 외교의 전통에서 만들어졌다”고 자평했다.

그는 “시 주석이 제기한 목표는 국가와 당파를 떠나서 모든 국가의 보편적 기대를 반영했고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하다”면서 “신형 국제 관계 건설과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은 중국이 반드시 실행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며 전통적인 대국과는 다른 강국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시 주석의 해당 발언이 신시대 중국 외교의 중요한 지침이라고 확인하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는 정치적 선언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시 주석과 왕 부장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우선주의로 내달리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공존공영의 ‘신형 국제 관계’를 모색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상당수 국가들의 자본참여가 예상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향후 중국의 최대 과제로 설정한 중국이 그에 걸맞게 외교정책을 수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포함한 외교분쟁은 물론 정상회담 등 미중 간 중요접촉, 중국 내 중요 정치행사에서 미중 간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는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해오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실 거칠게 해석하면 중국이 과거와는 달리 세계 주요 2개국(G2)로서 미국에 필적하는 대국이 되었으니, 그걸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 신형대국관계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허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한 탓인지 중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정부공작보고에서도 신형대국관계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기존 자유무역협정 파기 시도, 기후변화협약 탈퇴 협박,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 등 외국과 마찰 일변도의 미국 우선주의로 가면서 국제적인 리더십이 상실되어가자 중국은 기존과는 다른 공존공영의 외교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의 신형 국제 관계 추진 선언이 향후 5년간 중국의 청사진이라고 할 19차 당대회에서 나온 것은 이 같은 국제정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신형 국제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치우친 틈새를 비집고 세계 외교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시진핑 집권 1기 말부터 일대일로 구상 등을 통해 이런 조짐이 보였으며 내년부터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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