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태왕은 가야의 왕과 왜군의 장이 농성하고 있는 종발성을 쳐다보았다.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종발성은 석성산을 등지고 높은 곳의 석성과 낮은 곳의 토성을 연결한 반월형의 성이었다. 토성에는 높은 목책을 치고 그 앞에는 깊게 판 해자를 둘러,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성이었다.

성안에는 만 명의 잔병을 거느린 이사품왕과 왜의 용병대장 목라근자가 깃발을 세워 농성하며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목라근자는 백제인으로 임나왜소의 수장이자 왜의 용병을 지휘하는 용병대장이었다. 이사품왕이 임나왜소의 목라근자를 통해 가야의 철정을 주고 왜의 용병을 사 부족한 병력을 보충했다. 이번 전쟁에 동원된 일 만의 왜군도 모두 목라근자가 왜에서 철정을 주고 모집한 용병들이다.

성의 남문은 바다로 열려 있었고, 동문과 북문은 평지인 초량과 독로국으로 향해 있었다.

태왕은 신라의 남거성과 반월성을 함락하는데 공을 세운 휘하의 심복 장수 고척동과 연개남을 종발성의 동문과 북문 공격에 투입했다. 절영도 바닷길로 돌아가서 종발성의 배후인 남문을 치는 일은 바다길에 익숙한 신라인 실성과 계림장군에게 맡겼다.

너구리와 같은 이사품왕도 시간이 승리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성문을 닫고 열흘만 농성하고 있어도 천리를 떠나온 5만의 고구려군 병사는 보급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할 것이다. 그때 성문을 열고 추격해 적을 섬멸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사품왕이 성문을 닫아걸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서쪽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용병대장 목라근자가 가야왕에게 말했다.

“백제 아신왕의 전갈입니다. 후연의 모용성이 왕과 군대가 비어 있는 고구려로 향하여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사품왕은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다.

“목장군, 가뭄에 기다리던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오. 그래, 모용성이 어디까지 진격했다고 하오?”

“현재 고구려의 신성과 남소성을 함락시키고 국내성으로 향하여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 모용성이 광개토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구나.”

모용성은 후연의 황제가 된 뒤 승냥이처럼 고구려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광개토태왕이 남정으로 국내성을 비운 사이 3만의 군대를 재빨리 움직여 고구려를 들이친 것이다.

목라근자가 말했다.

“이렇게 되면 광개토는 종발성을 치지도 못하고 돌아갈 게 뻔합니다.”

“당연한 일이오. 적들도 이 소식을 알고 혼비백산해 있을 게요.”

이사품왕은 농성에서 어떻게 공격으로 전환해 고구려군을 섬멸할 것인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한편 종발성을 에워싸고 있는 광개토태왕은 모용성의 고구려 침입뿐만 아니라 백제 아신왕의 대가야 공격 소식도 잇달아 들었다. 설상가상이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목라근자: 근초고왕 때부터 활약한 백제의 장군이자 용병대장. 일본서기에 의하면 목라근자는 그의 아들 목만치와 함께 7가야를 정복하고 다스렸다고 하나 한국 측의 사료적 근거는 전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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