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사회부 차장

되돌아 보면, 근래처럼 울산시청 등 관공서 일대가 어수선할 때가 있었을까 싶다. 기업체의 노조문제, 주민 애로사항 등의 각종민원, 신고리 5·6호기 원전을 둘러싼 찬반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목소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행정기관 담벼락을 넘어왔다. 시청내부에서는 연일 정치권이 현안마다 충돌해 정당간 첨예한 갈등현상을 유발시켰다.

노조는 “기업과 근로자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주민들은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을 더 챙겨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야말로 시청앞은 이들의 외침의 집합소가 된듯해 보였다. 그들의 눈과 귀가 시청을 향하는 사이 어느샌가 기업체의 울산시의회 옥상농성 항의도, 신고리 5·6호기 사태도 일단락됐다.

이제 울산시와 정치권이 조속히 화합모드를 가동해야 할때다. 원전으로 갈라졌던 민심, 최악의 경기불황에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내몰린 근로자, 각종 재난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시민 모두 우리사회가 보살펴야 할 이웃들이다. 시청주변이 시끄러울 때(?)마다 가동됐던 출입문 통제 조치가 아닌 상처받은 마음을 보다듬을 수 있는 시민과의 소통의 치유시간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순간이다.

무엇보다 찬성과 반대, 중단과 재개 등 극명하게 갈렸던 신고리 5·6호기 사태의 후유증을 줄여나가는 게 가장 시급하게 지역사회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건설반대측에서 공론화결과에 대해 ‘허탈’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우회적으로라도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결과를 떠나 공론화가 민중 직접정치를 확대하는 새 발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한 사회문제에 대해 과정을 넘어 결과에서도 갈등과 반목이 주를 이뤘던 과거의 사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국원자력학회 등 건설재개측도 “반대측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

정치권도 갈등유발자가 아닌 해결자를 자처하고 나서야 한다. 원전만 보더라도 신고리 5·6호기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치권의 해석이 달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차하면 원전을 둘러싼 ‘2라운드’ 공방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든 야든,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함몰돼 혼란을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하고 시민들을 위한 정책개발, 미래 지향적 정치발전방안을 수립하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며칠전 보여준 울산시장과 집권당 최고위원과의 만남의 장면처럼 말이다.

각종 현안마다 충돌하면서 서로를 향해 빼들었던 칼을 집어넣고 오로지 시민들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표심을 자극해 서민들의 삶과 연결되는 문제나 도시 인프라 확충 등의 사회 및 교육문제 등을 경제나 지역 성장논리가 아닌 단순히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더욱 안된다. 갈등을 넘어 분열양상을 초래할 뿐인 점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울산시가 광역시승격 20주년을 기념해 도시의 슬로건을 ‘더 라이징 시티(The Rising City)’로 바꿨다. 말그대로 도약하는 도시를 미래지향점으로 삼은 것인데, 이러한 토대는 시민과의 화합, 정치권과의 협력이 바탕돼야 성공을 담보받을 수 있다. 울산시, 시민, 정치권이 손을 맞잡으면 시청 주변은 갈등의 표출이 아닌 화합의 장소가 되고 울산의 도약은 더욱 일보전진될 수 있을 것 같다.

이형중 사회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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