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를 재개하는 정책 결정을 하라”는 공론화위원회의 정부권고안이 발표된지 이틀만에 나온 문대통령의 첫 공식 메시지다. 정부의 최종결론은 24일 공식발표될 예정이지만 ‘공사 재개’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공사가 재개된 것은 지역사회의 안정을 위해 매우 다행한 일이다. 하루빨리 공사가 재개돼 지역경제의 숨통이 트이고 지역주민들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공론화위원회의 발표는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시민참여단 471명의 4차 공론조사 결과는 건설 재개 의견이 59.5%, 중단 의견이 40.5%로 편차가 19%포인트나 됐다. 이는 공론화가 시작된 이후부터 발표 직전까지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일반인에 대한 여론결과가 오차범위 내의 박빙으로 나왔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민참여단 중에서 애초에 유보 의견을 보였던 응답자들의 상당수가 3개월간의 숙의기간을 거치면서 공사재개 쪽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원전에 대해 공부를 할수록 원전안전에 대한 신뢰가 증가됐고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이 낭비라는 것을 알아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을 포함한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대통령에겐 ‘공론화’가 기막힌 묘수가 됐다. 공약이라는 이유로 28%나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직접 결정했더라면 인근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관련 기업들의 심각한 위기로 후폭풍은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적 판단으로 공약을 뒤집어 공사를 계속하도록 했더라면 지지자들의 원성으로 정치적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공론화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라’는 권고안까지 곁들여 마치 문대통령의 심정을 꿰뚫어 본듯한 ‘맞춤형 정답’을 내놓음과 동시에 양측이 원하는 결론을 하나씩 나눠줌으로써 반발을 가라 앉히는 데도 주효했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은 원전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다.

그렇다고 공론화위원회의 원전축소 권고를 확대해석해 국가에너지정책에 그대로 적용, 서둘러 단정할 이유는 없다. 정부의 향후 원전 정책을 묻는 것은 애초 공론조사의 대상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정부에너지정책은 전문가에 의한 과학적 진단을 거쳐 장기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국민인식이 한단계 높아졌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탈원전이라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속도와 우리 국토의 여건 등을 참고, 천천히 고민해나가면서 국민적 합의를 얻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만하면 첫 시도된 ‘숙의 민주주의’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을 믿고 국민과 더불어 고민해나가는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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