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보행자를 일컫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사고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장애물에 부딪쳐 크게 다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과 연령을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최근 5년간 관련사고가 3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관련 차량 사고가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360건으로 2.2배 뛰었다(국민안전처). 지난해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보험 업계의 추산도 있다. 편리한 생활 도구가 거리위의 흉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 남구청은 ‘스몸비족’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지역 최초로 횡단보도 정지선에 ‘당신은 스몸비입니까’ ‘10초만! 스마트폰 안돼요’ ‘연간 1000명 이상 보행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등의 문구를 적은 스티커 부착에 나섰다. 울산에서 발생한 최근 3년간 횡단보도 내 사고(889건 발생, 30명 사망, 936명 부상) 상당수가 ‘스몸비’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시의 경우는 몇 달 전부터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라는 표지판이 세워지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주민 안전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스몸비족이 사고를 당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70%가량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00만명 정도가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이고 600만명이 잠재적 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된 것을 감안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사고의 증가추세가 위험수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중독 위험)이 2011년 8.4%에서 2016년에는 17.9%로 5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0·20대가 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30·40대가 41%, 50대 이상이 17%이다. 스몸비와 하루 한번 이상 부딪힌 경험이 있는 사람도 무려 36.1%에 달했다. 국민 3명 중 1명은 매일 한번 이상 스몸비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안전을 소홀히하고 시민으로서의 책임도 망각하며 돌아다니는 스몸비에 의한 문제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 예방노력이 강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는 이달 말부터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볼 경우 벌금을 물리는 법을 시행한다. 우리도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리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생명과 직결된 안전을 위한 일이다. 정부가 적극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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