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
매년 10월이 되면 전 세계에서 유방암 예방과 인식향상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60여개의 병원에서 대국민 유방암 건강강좌를 비롯한 핑크리본 합창제, 유방암 수기 공모전, 핑크리본 마라톤대회 등 유방암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된다.

유방암이 국내에서도 이렇게 관심을 받게된 것은 유방암의 발병률의 가파른 상승과 관련이 있다. 20년 전 만해도 한국인의 유방암 발병률은 40~50명당 1명꼴이던 것이 이제는 15~20명당 1명꼴이 돼 주변을 조금만 둘러 보아도 유방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유방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 한국인의 생활상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양상태 및 발육이 좋아지면서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으로 인하여 에스트로겐 노출이 생애 동안 길어지는 점, 인스턴트 음식의 대중화와 서구화된 음식섭취, 적은 운동량과 비만, 많아지는 환경호르몬, 낮은 출산율 등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외과전공의(레지던트)던 20년 전만 해도 조기 유방암은 드물고 꽤 진행된 병기의 유방암환자가 많았다. 결국 치료결과가 나빴지만 이러한 유방암 인식향상 운동과 더불어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면서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정기검진은 유방암의 조기발견으로 이어졌고, 초기에 잘 치료를 받아서 완치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다.

반면에 치료성적이 향상돼 생존기간이 길어지면서 유방암의 치료에 따른 합병증과 일상생활로의 복귀와 같은 또 다른 문제들이 부각되고, 이런 관심들은 유방암 생존자(survivor)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받을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지만 치료 후에도 이어지는 암성 피로, 갱년기증상, 손발 감각 이상이나 심리적 위축으로 인한 자아고립 등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사회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에는 여러 암센터나 유방암 전문병원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유방암의 치료 외에도 영양상담, 심리상담, 명상요법 등을 통해 암환자의 요구에 발맞춰 나가는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자가고립되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남편과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의 지지와 본인의 취미를 함께 할 수 있는 주변 지인들의 역할도 크다. 집안에만 있지 말고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산책, 운동, 등산, 여행 등을 하면서 천고마비의 계절인 10월을 만끽하다 보면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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