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국가적 차원의 집중투자를 통해
中에 밀린 기술강국 명예회복을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이승엽은 야구선수다. 그냥 야구선수가 아니라 국가를 상징하는 국민타자다.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남발되고 있는 세상이지만 ‘국민타자 이승엽’이라는 칭호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야구팬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승엽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말이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노력한 만큼 대가는 반드시 따른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것을 증명해왔다. 홈런왕이 되었을때도,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작성했을때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땄을때도, 이승엽은 배신하지 않는 진정한 노력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일등이라는 수성의 위치에서 자만하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거듭해왔다. 국민타자라는 명예가 이승엽 선수에게 붙게 된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일등의 위치, 수성의 자리에서는 변신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승엽 선수는 단호하게 이를 거부했다.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쇠가 더 단단해지기 위해 담금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승엽 선수를 비롯한 스포츠만의 영역은 아니다. 누구나 다 해당되는 일이다. 특히 기능인들에게 노력은 필수항목이다. 기능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단련하고 가꾸어 나가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숙련공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노력은 기능인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기능인들의 노력과 정성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독창적인 제품이라도 그 기술과 제품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인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기능인을 산업역군 또는 산업전사라고 칭하는 것이다.

산업역군과 산업전사가 없다면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기술과 제품으로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기능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국제기능올림픽이다. 2년에 한번 격년으로 치러지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말그대로 전 세계 기능인들의 전쟁터다.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던 196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우리나라는 처녀출전했다. 신발과 섬유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렸던 첫 번째 출전에서 종합 순위 6위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단숨에 세계 기능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1977년 네덜란드에서 치러진 제23회 대회에서 사상 첫 종합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명실공히 기능한국의 위상을 만방에 떨쳤다. 이후 지금껏 2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19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승을 목표로 장도에 올랐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무번째 우승은 다음 대회로 미루게 됐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능실력은 변함이 없었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 기능강국들의 도전은 거셌다. 우리나라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그리고 첨단산업으로 산업환경이 바뀌면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자동차와 기계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밀렸다. 중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기능굴기를 외치며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투자와 성적이 비례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도 과거의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보다 더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도 기능한국의 위상을 더 높이도록 혼신을 다할 것이다. 필자와 이번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선수단은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보다 더 값진,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확인했다. 그 믿음이 씨앗이 되어 2년 뒤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20번째 우승이라는 결실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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