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살던 한 가족이 며칠 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3년전 그집 여자는 대학생인 딸, 고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캐나다로 건너갔었다. 한국의 교육 환경에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아이들 또한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으로 살고 싶다고 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퇴직금을 중도청산해서 캐나다 정착금과 아이들의 학비를 마련했고,홀아비 생활을 견디면서 캐나다로 돈을 부쳤다. 그녀 또한 한인식당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한국 부모들의 보편적인 정서인 "자녀교육"에 그들은 일생을 걸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현지 적응이 되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던 그녀는 몇달 전 이 땅에 와 보고 완전히 마음을 바꾸었다. 한국 사회의 무질서와 비합리성에도 실망했지만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너무나 변해버려서 이상하다고 했다.  "남자들이 왜 그렇게 힘이 없어졌니? 여자한테 경제권 다 뺏기고 자기 주장도 못내세우고" 낮 시간의 고급 식당에 웬 가정주부들이 그렇게 많니? 식사 끝나면 비싼 커피숍으로 차 마시러 몰려가더구나. 이렇게 비생산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저마다 사모님이라는 환상에 빠져 사는 것 같더라. 나라가 얼마나 어려운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니?"  물질적으로 얼마나 풍요한 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거의 황폐한 지경에 이른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는 자신의 아이들과 하루종일 식당일에 매달리며 생활비를 걱정하는 자신을 많이 비교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식당 일을 할 지언정 한국의 사모님은 되고 싶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들은 결혼 20여 년 동안 모은 전 재산을 자녀교육에 투자했고, 마지막 남은 집을팔아 캐나다로 떠났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참 훌륭한 부모들이야. 자식들이 그 마음 알아줘야 할텐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생활의 질"로 따져서 우리보다 훨씬 수준 높다는 그곳에서 그들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그녀는 절대로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외이민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즈음. 이 나라가 싫어서 떠나건, 더 좋은 환경을찾아서 떠나건 나는 그들이 이 땅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말았으면 하고 바란다.  난장판 같은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고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가 신문지상을 오르내리지만,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다 떠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은 한국 사회가 곧 망할 것 같아서 떠난다지만, 더 망하기 전에 나만이라도 한국을 지키고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성인들과 사회 지도층의 책임이 바로 여기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여! 제발 부탁하노니, 외국에 나가서 고국을 후진국으로만 매도하지 말아 달라. 비싼 돈으로 해외 유학 가 있는 많은 학생들이여!궁극적으로는 당신의 학문이 개인의 성취는 물론 국가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언젠가는 돌아와 고국을 위해 그 에너지를 맘껏 발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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