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주말 드라마 ‘블랙’
케이블 시청자 사로잡아

▲ OCN 주말극 ‘블랙’의 송승헌이 핏빛 스릴러 속 허를 찌르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독특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얼굴에 힘을 잔뜩 준 채 온갖 폼을 잡더니 전화 수화기를 거꾸로 들고 통화를 한다.

하의는 물론이고 팬티도 안 입은 채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활개 치며 돌아다니니 딱 ‘변태 바바리맨’인데 본인만 모른다. 심지어 그 트렌치코트가 수백만원짜리인데 달랑 3000원만 내고 옷가게에서 사라진다.

저 옛날 비슷한 ‘병맛’(형편없고 어이없지만 웃긴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 코드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줬던 키 큰 여자 ‘프란체스카’가 떠오른다. 그런데 종족이 다르다. 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였고, 이번에는 저승사자다. 이름은 ‘블랙’.

OCN 주말극 ‘블랙’이 핏빛 스릴러 속 허를 찌르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독특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그 임무를 맡은 이가 송승헌이라는 점이 반전이다. 원조 꽃미남이자 근사한 역할을 주로 맡아오던 그가 정색하고 펼치는 병맛 코미디가 기대하지 않았던 웃음을 선사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린다.

송승헌은 ‘블랙’을 통해 양손에 떡을 쥐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타고난 외모를 한껏 부각하는 멋진 차림새로 화면을 누비는 그는 동시에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코미디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늘 2% 부족한 연기력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송승헌이 안하무인 표정에 독일 병정 같은 딱딱한 몸짓으로 상대방의 뒷목을 잡게 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이어가자 연기력 논란도 싹 사라졌다. ‘송승헌이 이렇게 웃겼던가’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인간 세계 물정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인간을 늘 하찮은 미물로 취급하는 거만한 저승사자 블랙에게 인간계 위계질서 따위가 안중에 있을 리 없다. 어리숙한 형사(한무강)의 몸속으로 들어가 위장한 블랙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반말을 찍찍 내뱉고, 경찰 조직의 규율이나 질서는 가볍게 무시한 채 제멋대로 구는 모습은 수준 낮은 하위 코미디 같으면서도 송승헌이기에 색다르게 다가온다.

방송 전까지는 지난 겨울 안방극장을 뒤흔든 ‘도깨비’의 매력적인 저승사자 이동욱을 능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송승헌은 전혀 다른 코드로 자신만의 ‘병맛 저승사자’를 선보이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OCN과 슈퍼액션에서 동시 방송되는 ‘블랙’은 시청률 2.5%에서 출발해 지난 22일 4회에서 4.7%를 기록했다. 매회 시청률이 오르며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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