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이합집산
금배지에 집착해 정체성·철학 팽개쳐
‘철새정치인’은 선거에서 표로 심판을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등산을 좋아하는 40대 후반의 A씨는 평소 이웃집 또래 아줌마랑 몰래 등산을 다니며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들켰다. A씨는 아내에게 용서를 빌기는커녕 오히려 아내와의 성격차에서부터 못마땅 했던 일들을 낱낱이 까발리며 끝내 딴살림을 차리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남편 A씨의 유책사유를 들어 이혼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답답한 남편은 아내에게 협의이혼을 요구하면서 애걸복걸하지만 어림도 없다.

중소기업 사장인 60대 중반의 B씨는 비서실 여직원과 몰래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 들켜 협의 이혼을 했다. 그런데 B씨의 ‘밀애’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이 도산하고 어려움에 처하자 내연녀 마저 떠나버린 것으로 끝났다. 결국 B씨는 병든 몸으로 다시 아내와 합치기를 원했지만 아내와 자녀들이 끝내 거부하자 아내의 집을 맴돌며 노숙처지에 직면하게 됐다.

이렇듯 개인사의 경우도 마음대로 이혼도, 이혼 뒤 재결합도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혼사유가 명백하고 설령 협의 이혼으로 갈라서더라도 바로는 안된다. 미성년자의 자녀가 있는 경우엔 최소 3개월, 그밖의 경우 최소 1개월이 지난뒤 법원으로부터 이혼의사를 확인 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다.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협의이혼 확인신청을 위해 자녀의 양육과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사항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소위 홧김 이혼을 최소화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다.

그런데 국민의 대의기관인 금배지들의 ‘이혼과 재결합’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까? 작금의 정치권의 모습은 한마디로 치졸하고도 역겨움이 날 정도다. 장미 대선전 자신들이 함께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집단 탈당을 감행하더니, 다시 이혼장에 잉크물도 마르기 전 재결합 운운하는 등 기가찰 노릇이다. 작금의 이혼과 재결합을 놓고 가장 치졸한 행태를 연출하는 곳은 역시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한민국 보수의 중심을 자처하는 한국당의 평소 이미지는 어떠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배고픈 당이 아닌 그야말로 배부르고 양지만을 쫓는 웰빙정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의 몰락으로 보수층을 사실상 ‘타이타닉호’와도 같이 침몰시킨 뒤에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나아가 홍준표 선장과 박근혜측의 좌장인 ‘서청원’은 15~20% 수준의 바닥으로 가라앉은 여론의 갑판위에서 난타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홍선장’의 목적은 무엇일까. 대선전 당을 뛰처나가 딴살림을 차린 바른정당의 대주주 ‘김무성’등과의 재결합을 위한 것. ‘원조 박근혜’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서청원과 최경환을 몰아내려 전방위 포위에 나선 것이다. 이에 백전노장 서청원은 한때 홍 선장과의 ‘밀애’를 폭로 하면서 벼랑끝 전술로 버티고 있다.

또 다른 야당의 ‘작은 살림집’으로 전락한 국민의당 역시 바른정당 일부와 접선을 꾀하며 ‘캐미’를 시도하고 있다. 한때 ‘청와대 가는 길’을 놓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삿대질과 노골적 비난을 퍼부었던 ‘안철수’와 ‘유승민’은 다시 사랑운운 하면서 결합을 시도하다 최근 실패의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집권 더불어민주당 역시 원내과반 시나리오 전략으로 “비록 딴살림을 차리려 집을 뛰쳐 나갔지만, 이젠 용서할테니 일부라도 돌아오라”고 국민의 당에 애원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처럼 여의도 정치권이 이혼할때와 재결합땐 총선당시 표를 준 국민은 안중에 없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도 체면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 저급한 정치권의 행태를 지켜만 보아야 하는 것일까? 선거때만 되면 정체성은 물론 철학마저 팽개치고 오직 금배지의 연장에만 집작하고 있는 이들에게 무분별한 이혼과 재결합을 원천 차단하는 ‘유책’과 ‘숙려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별 윤리위원회는 ‘보신위’로 둔갑한지도 오래전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당선된 정당에서 자의적으로 탈당하면 최소 2~3내 복당과 재결합의 금지등을 법과 제도를 통해 못박아야 한다. 더욱이 저급한 금배지들에게 셀프 제도를 도입하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일 뿐이다. 오직 남은 건 유권자의 힘이다. 정치권에서 바람피다 유책자로 전락한 ‘자유이혼과 재결합’ 금배지들에겐 또 다시 ‘촛불’을 들어서라도 21대 총선땐 반드시 추락시켜야 한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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