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26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반구대 암각화에 들릴 모양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가 전국적인 화두로 떠오른 이후 수많은 국무위원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국무총리도, 국토부 장관·문화재청장도 새로 취임만 하면 방문했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방문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암각화 보존방안 마련이 대통령 공약이 된지도 오래다. 이들은 한결같이 암각화가 세계적인 유산이라며 보존방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런데도 여전히 암각화는 물 속에 잠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암각화 보존에 발목이 잡힌 울산시민들은 기어이 낙동강물을 구입해 식수전량을 해결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국무총리가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한다는데도 사실은 그다지 기대감이 없다.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울산시장 또는 문화체육국장이 열변을 토하는 모습만 십수년간 반복적으로 접했을 뿐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 소득도 없는 일이 마치 국무위원 취임행사처럼 연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이 총리의 방문은 좀 다를 지도 모르겠다. 25일 국무조정실이 주관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회’에서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 설치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울산방문에서 이총리는 제방설치를 전제로 과학적인 검증을 해보자고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두고 벌어졌던 십수년간의 논쟁이 또 한번 요동을 칠 전망이다. 임시가변형물막이댐 설치를 위해 허송세월을 했던 경험을 반복하게 될지, 제방설치라는 차선책이 실현될 지도 더 두고 볼 일이다.

사실상 최선의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식수에 여유가 있는 댐을 가진 다른 도시가 울산에 식수를 나눠주도록 정부가 조정하면 된다. 인류의 유산인 국보를 보존하는 일, 국민 누구나 맑은 물을 먹을 권리를 보장하는 일, 둘 다 국가의 기본 책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국가는 여전히 이 간단하고도 최선인 방안의 선택지를 갖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몹시 답답하긴 하지만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그 차선책이 가진 문제점 해소에 대한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앞서 문화재위원회가 밝힌 제방설치의 문제점은 △제방 설치 지점에 공룡화석의 존재 여부 △제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시기후 변화의 영향 △제방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영향 등이다. 과학적인 규명으로 반드시 정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문화재의 훼손은 절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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