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김영삼-노무현-박근혜 이어 5번째 시구
프로야구 초창기 삼엄한 경비 사라지고 ‘낮은 경호’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뒤는 기아 타이거즈 선발 투수 헥터. 청와대 제공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30분, 한국시리즈의 시작을 알릴 시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관중석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시구 주인공은 KBO가 일찌감치 예고한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 회장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의 ‘깜짝 시구’에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관중들은 우렁찬 박수로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경호와 보안상 이유로 이날 문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구장 사회자는 1차전 시구자로 김응용 회장을 먼저 소개했다. 김 회장이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갔지만 이는 진짜 주인공을 위한 연막이나 다름없었다.

사회자의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KIA나 두산이 아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문 대통령은 힘차게 시구했고, 관중들은 “문재인! 문재인!”을 뜨겁게 외쳤다.

이날 문 대통령의 시구는 역대 대통령으로는 전두환-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5번째, 횟수로는 7번째(김영삼 3회)였다.

프로야구 시구의 스타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끊었다. 전 대통령은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동대문구장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 1995년 한국시리즈 1차전 및 1995년 4월 정규시즌 개막전 등 3차례나 잠실구장에서 시구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17일 올스타전이 열린 대전구장을 찾아 시구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잠실구장을 방문해 가족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지만 시구는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자로 나섰다.

4년 만에 이뤄진 대통령의 시구는 앞선 사례와는 극명하게 차별화됐다.

먼저 그 과정 자체가 보여주기용이 아닌 시민들과 소통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 참여 리그 2017’ 이벤트를 진행했다.

투표 인증샷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응원하는 야구팀을 선택하는 이벤트였다. 문 대통령은 이 이벤트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의 연고지에 가서 시구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당시 1위 팀이 광주를 연고로 한 KIA 타이거즈였다.

경호 역시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라는 문재인 정부의 경호 목표에 걸맞았다.

앞서 1982년 개막전에서 전 전 대통령의 시구 당시에는 그라운드는 물론 경기장 안팎에 대거 배치된 경호원이 삼엄한 경비를 펼쳐 선수와 심판들도 출입통제를 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시구 당시에는 야구장 더그아웃에 폭발물 탐지견이 등장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구 때는 일반석 출입구에 검색대를 실시해 관중들이 입장에 불편함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구 당시, 두 구단의 마스코트와 함께 마운드로 향했는데, 동행한 심판은 위장한 경호원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시구는 최소한의 경호를 고수했다. 잔치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시구를 마친 뒤 3루 쪽의 KIA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KBO 관계자는 “예전 대통령 시구와 비교하면 경호가 덜 삼엄했다”며 “드러나지 않는 경호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다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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