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기금(UNICEF)이 6일 발표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화재나 교통사고 등 상해로 사망하는 어린이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물론 이번 유니세프의 통계는 지난 90년대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이미 일부 알려진 내용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에 공식적인 조사보고서를 통해 이 수치스러운 1위 자리가 다시 확인됨으로써 어린 생명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에 우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대처해왔는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게 됐다.  유니세프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91년~95년 중 한국은 어린이 10만명 당 25.6명이 상해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OECD 26개 회원국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낮은 스웨덴의5.2명에 비하면 무려 5배가 높아 우리의 어린이 안전 및 보호 문제가 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성장을 이뤄 선진국 그룹인 OECD의 회원국이 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사람의 목숨, 그것도 우리 자식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무지하기 짝이 없는 후진국임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 나라가 어린이에게 대단히 위험한 나라라는 사실은 국내의 여러 통계로도 입증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9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망 원인 중 절반 정도가 사고사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보다 교통, 익사, 화재 등 사고로 인한 사망이 훨씬 많은 셈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초등학교에 다니는우리 자녀 400여 명이 매일 생활 구역이나 학교 주변에서 사고를 당하고 있다.  어린이는 안전문제에 관한 한 완전한 "약자"로서 어른들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처럼 일반적인 안전의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적,제도적 장치 역시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안전교육이 잘 이뤄지고 안전한 시설 등 환경이 확보돼야 하며 어린이 용품 품질기준 등 아동의 안전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가 완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결국은 인식과 의지의 문제다. 아무리 돈을 좀 벌었다 할지라도 제 자식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철저하지 못한 나라라면 그 나라는결코 선진국이라고 할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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