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출 사회부 kbc78@ksilbo.co.kr

제98회 충북 전국체육대회 펜싱 경기가 열린 지난 23일 충북체고 체육관. 울산대표팀의 경기를 본 뒤 체육관 밖으로 나오니 한 펜싱 감독이 선수를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 “경기를 엉망으로 하고 웃음이 나오냐”면서 이 감독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질책을 받고 있는 선수는 고개를 떨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같은날 씨름 대학부 경기가 열린 증평종합스포츠센터. 대학부 결승까지 올랐지만 아깝게 은메달에 그친 한 선수가 경기를 끝낸 뒤 경기장 뒤편 바닥에 엎드린채 일어날 줄 몰랐다. 이 선수는 간간히 신음을 내뱉으면서 은메달에 그친 자신을 질책했다. 같은 팀 동료가 이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격려했지만 선수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전국체전 경기장에서는 메달 색깔에 따라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각종 기록과 이변이 속출한 전국체전에서 울산선수단들도 역대 최고 금메달 기록을 세우면서 선전했다. 수영에서 4관왕에 오른 김수지, 역도에서 3관왕을 차지한 이민지, 카누에서 2관왕을 차지한 조광희, 근대 5종에서 이변을 연출한 김정섭과 정진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은 제 몫을 단단히 해냈다.

금메달 뿐만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을 차지한 울산선수들도 값진 기록을 세웠다.

전국체전은 26일 폐막식을 끝으로 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종합순위로 따지면 울산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만년 15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는 역대 최고 금메달을 안겨준 해로 남게됐다.

몇개 되지 않는 대학으로 인한 대학팀 부족과 실업팀 육성 등의 어려운 숙제도 남았다. 울산도 지난 2005년에 이어 2021년 전국체전을 개최하게 됐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전국체전에 대비한 시설을 점검하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방안을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펜싱 경기가 열린 충북체고에는 신축 이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에는 ‘즐겨라’ 딱 세글자만 새겨져 있다. 울산스포츠고에도 ‘꿈을 향하여’라는 비슷한 문구가 비에 적혀 있다. 승패를 떠나 전국 17개 시·도 축제의 장이 된 전국체전. 이제 울산도 꿈을 향하여 즐길 때가 됐다.

김봉출 사회부 kbc78@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