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불경에 나오는 내용을 동화로 구성해 본다. 어느 날, 뱀 한 마리가 풀이 무성하게 자란 숲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뱀은 앞으로 기어 갈 수가 없어 멈추게 되었다. 그동안 앞으로 잘 기어가도록 협조해 주던 꼬리가 이제는 머리처럼 꼬리가 앞에서 머리를 끌고 가겠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꼬리에게 말했다. ‘갑자기 왜 그래?’ ‘이젠 내가 앞에 서고 싶어서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머리가 꼬리에게 끌려 가야 한다는 거야?’ ‘그래 맞아. 그동안 너는 나를 끌고 많이 다녔으니 이제는 내가 한번 앞에서 너를 끌고 가봐야겠어’ ‘그건 안돼. 나는 앞에 있어야 할 머리야. 머리가 앞에서 꼬리를 끌고 가야지, 뒤에 있는 꼬리가 머리를 끌고 가다니. 난 그렇게는 못해’ ‘나는 그렇게 해야겠으니 내가 앞서 가는대로 따라 와’ 그렇게 말한 꼬리는 뒤로 기어 갈려고 했지만 머리가 협조하지 않아 기어갈 수가 없었다. 뱀의 머리와 꼬리는 서로 자기가 앞에 나서겠다고 다투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자 뱀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뱀의 꼬리가 말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고 내가 가는 대로 따라와’ 꼬리가 앞에서 꼬리를 끌고 갈려고 했지만 머리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면서 버티자 꼬리는 갈 수가 없었다.

이때 큰 돌 옆에 도마뱀이 웅크리고 앉아 햇볕을 쪼이면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뱀 머리는 도마뱀을 불렀다. 잠에서 깬 도마뱀은 말했다. ‘왜 날 부르는 거야. 할 말이 있으면 와서 말해 봐. 혹시 나한테 해꼬지를 할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뱀의 머리가 말했다. ‘해꼬지 하지 않을 거야? 너한테 한가지 물어 볼 게 있어서 그래?’ ‘뭔데 말해 봐’ ‘꼬리가 나 대신해서 앞에 서겠다고 해서 서로 다투느라 우리는 지금 기어가지 못하고 있어. 여기에 대해 어찌하면 좋은지 말해 줄 수 없겠니?’ ‘그러니까 꼬리가 머리 행세를 하겠다는 말이구나’ ‘그래, 그렇다니까’ ‘그렇다면 머리가 양보를 하던지 아니면 꼬리가 양보를 하면 되자나’ ‘그게 안되니까 지금 이렇게 다투고 있는 거야’ ‘둘 다 고집도 어지간 하구나. 그러면 좋은 수가 있지’ ‘뭔데?’ ‘꼬리를 잘라 버리는 거야. 나처럼 이렇게 말이야’ 도마뱀은 꼬리가 잘려 나간 모습을 보여 주었다. 뱀의 머리와 꼬리가 도마뱀을 보니 꼬리가 잘려 나가고 없었다. 뱀의 머리는 말했다. ‘아하, 딴은 그렇구나. 그럼 나도 꼬리를 잘라 버려야겠구나. 그런데 너는 어떻게 꼬리를 잘랐는지 그 방법을 알려 줘’

‘그건 말이야. 내가 쥐를 잡아먹을려고 마을에 내려갔다가 사람의 눈에 띄는 바람에 몽둥이를 맞았지. 그래서 살기 위해 꼬리가 잘린 체 도망쳤지’ ‘그렇다면 사람에게 몽둥이로 맞아야 꼬리를 자를 수 있겠구나’ ‘아마 그럴 거야’ 하지만 뱀의 꼬리는 자신이 떨어져 나가기 위해 사람에게 잡혀 몽둥이로 맞을 수 없다고 하면서 여전히 다투고 있었다. 이때 마침 땅꾼이 옆을 지나가다가 잽싸게 쇠꼬챙이로 뱀을 잡아서 어깨에 멘 망태기 안에 넣었다. 뱀의 꼬리가 말했다. ‘너 때문에 잡힌거야, 너랑 나랑 다 같이 죽게 됐구나!’ 꼬리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집을 부리지 말고 머리의 주장대로 할 것을 그랬구나 싶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조기에 대선을 치르면서 한나라당이 내홍으로 갈라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진 것을 보면 뱀처럼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투다가 두 토막이 난 모양새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기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결국 한나라당이 쪼깨진 것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힘을 보태어 준 꼴이 된 셈이다.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과 잡음은 기득권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나라의 걱정이나 비전은 언론용으로 해본 소리다. 한나라당 분당은 문재인 후보를 돕게 될 것이란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그런데도 분당을 선택한 것은 ‘내가 대통령 아니면 안된다’는 후보자의 아집(我執)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 권력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 비통합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국민의 생각 밖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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