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범혐의 부인·러시아 ‘아사드 비호’ 일관할 듯

▲ 화학무기 공격을 받고 치료를 받는 시리아 어린이.

유엔·OPCW 합동조사단 “시리아공군 사린가스 투하”
 

올해 4월 시리아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배후설을 부인해온 시리아와 동맹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JIM)은 “항공기 한 대가 공중에서 폭탄 하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피해 지역에) 사린 가스를 보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시리아아랍공화국(시리아의 공식 국호)이 2017년 4월 4일 칸셰이쿤 사린가스 유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올해 4월 4일 아침 일찍 발생한 칸셰이쿤 사린가스 공격에서는 최소 87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학무기 사용은 국제사회가 엄격히 금지하는 전쟁범죄인 데다 당시 처참한 현장을 담은 사진이 퍼지면서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

미국은 당시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이륙한 시리아 공군기지에 순항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보고서는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단의 임무를 1년 연장하자는 미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상임이사국 자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지 이틀 뒤에 나왔다.

시리아의 동맹인 러시아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임무연장 여부를 결정하자고 요구하다 지난 24일 안보리 표결이 강행되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JIM이 작성한 보고서를 의결 전에 검토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거절당했다.

이번 결정을 포함해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총 9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그동안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부인해온 시리아 정부를 초지일관 두둔해온 러시아에는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러시아는 4년 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그동안 비축했던 화학무기를 모두 폐기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사린가스 공격 배후라는 사실을 철저히 부인해온 시리아와 러시아는 이번 보고서 결과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는 사린가스는 폭탄이 지상에서 곧바로 터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서방 주장처럼 시리아의 공습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시리아는 테러조직이 독극물을 저장해온 창고가 공습을 받아 독가스가 누출됐다며 유사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아사드는 더 나아가 칸셰이쿤 사린가스 공격으로 질식한 아이들의 모습이 공개되자 자신을 전범으로 몰기 위해 아역 배우들을 동원한 정적들의 교묘한 술수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칸셰이쿤에 대한 사린가스 공격의 배후에 시리아 정부군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정황을 근거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칸셰이쿤의 토양이나 희생자들의 혈액 샘플에서 검출된 사린가스 성분이 과거 시리아 정부군이 한때 비축했던 사린가스 성분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었다.

또 공격 직후 현장 동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칸셰이쿤 상공에서 항공기가 사린가스 폭탄을 투하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당시 시리아 영공에서 운항된 항공기는 시리아 정부군 소속뿐이었으며 반군은 항공기를 보유하지도 않고 있다.

애초 이 보고서는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지해온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를 가리기 위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 시리아 화학무기 유엔조사 임무연장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 (PG).

일단 이날 보고서 결과가 공개되자 시리아 정부군의 전쟁범죄를 비판해온 미국 일제히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이번에 드러난 압도적인 증거를 무시하는 것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국제 규범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리는 화학무기 사용이 용인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하며, 불편부당한 조사단의 작업을 온전히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하지 않는 국가는 이 같은 끔찍한 무기를 사용한 독재자나 테러리스트보다 나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조사 결과에 대해 “끔찍한 전쟁규칙 위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아사드 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해 결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시리아 화학무기 둘러싼 갈등(PG).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