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 서부권 주민들의 교통 허브 역할을 담당했던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이 이틀 뒤면 문을 닫는다. 지난 1989년 현 위치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28년 만이다.

그동안 울산 시내는 물론 멀게는 서울에서부터 가깝게는 양산과 부산, 경주 등을 찾는 시민들이 언양터미널을 이용했다. KTX 개통으로 장거리 노선 이용자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하루 1500~2000명의 시민들이 터미널을 이용했는데, 당분간 임시터미널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들의 불편이 불가피해졌다.

터미널 폐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폐쇄 여부를 놓고 운영사와 울산시가 나름의 이유를 대며 팽팽히 맞섰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시민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터미널 운영사 가현은 매달 3000만~4000만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현 운영체제를 갖춘 것이 4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분이 약했다. 인수 시점에서부터 운영 적자 문제는 충분히 예상됐으며, 특히 적자 대부분이 현 터미널 부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의 이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이전을 추진하면서 현 부지를 매각해 시세 차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적자가 누적돼 경영이 어렵다는 업체의 상황을 무시하고 운영을 계속하라고 일관한 시의 자세도 아쉽다.

가현이 이미 5개월 전부터 이전 여부를 타진했지만 부동산 매각에 따른 시세 차익을 우려해 불가론을 고수했다. 시의 입장에서는 규정을 무시하고 이전을 허가할 경우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가 거론될 수 있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만 성사된다면 시세 차익은 포기할 수 있다고 가현 측이 공언해 온 점을 미뤄본다면,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터미널이 폐쇄되면서 앞으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언양공영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임시터미널은 말 그대로 임시 시설인 만큼 이용 상의 불편은 물론 사고 위험도 곳곳에 존재한다. 임시이긴 하지만 하루 이틀 운영할 시설은 아니기에 시와 군은 설치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임시터미널 운영과 함께 새 터미널에 대한 준비도 과제로 떠올랐다. 시는 조만간 용역에 착수해 울산지역 전체 터미널에 대한 점검 및 재배치에 나선다고 했다. 서울주 시민들의 입장에선 언양터미널에 대한 해법 도출이 선결과제겠지만, 도심 속에 위치한 울산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역시 이전이 시급한 만큼 서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연계해 해결책을 찾는다는 방침은 바람직하다.

KTX역세권을 중심으로 언양의 부도심화가 진행된다면 언양터미널의 역할은 막중해진다. 언양터미널이 기존의 소규모 터미널이 아닌 서부권 부도심화를 이끌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시는 용역을 통해 향후 100년을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현 터미널 부지에 대한 활용 계획도 서둘러야 한다. 언양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지만 용도가 터미널 부지로 한정돼 달리 활용할 방법이 없다. 만약 시가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 용도도 변경하지 않을 경우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고, 언양 일원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초 가현은 이전을 전제로 그동안 지출한 이자 비용만 계산해 준다면 행정기관에 매입 원가에 부지를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혀 왔다. 업체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반면, 군의 재정은 다소 여유가 있는 만큼 매입 후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폐업이 서울주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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