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혜 경제부기자

올해 울산배 농가가 풍년을 맞았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 울산을 비롯한 나주, 천안 등 다른 배 주산지에서도 기후조건 양호로 수확량이 크게 늘면서 배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울산은 신고배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추석을 앞두고는 배값이 오르는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신고배 출하 전부터 산지가가 전년대비 30%나 떨어지는 등 배값 하락세가 예년보다 빨리 시작됐다. 이대로라면 저장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내년 설에는 배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도 지역 일부 배농가에서는 신품종 도입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황금실록’ 브랜드로 울산 황금배를 출하하는 15개 농가는 배값하락의 근심에서 벗어났다. 황금배는 지난 1984년 농촌진흥청이 ‘신고’와 ‘이십세기’ 품종을 교배해 육성한 것으로 울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울산농업기술센터 주도로 브랜드를 만들어 황금배를 시장에 내놨다.

이렇게 출하된 황금배는 생장호르몬을 쓰지 않아 신고배보다 크기는 30%가량 작지만, 당도는 훨씬 높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이 때문에 ‘황금실록’ 브랜드로 재배된 울산 황금배는 다른 품종에 비해 두 세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모두 판매되는 등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얼마 전 열린 전국단위 배 축제에서는 최고품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자들의 변화된 입맛에 따라 울산배도 새로운 전략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주산지의 생산량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국내시장 대신 값이 안정적인 수출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경쟁력 강화는 필수다.

울산 원예농협의 한 관계자도 “국내에서는 크기가 큰 배가 좋다는 인식 때문에 대과 위주로 생산되다 보니 다양한 크기를 원하는 수출시장의 수요와 안 맞는 측면이 있다. 국가별 선호에 따라 여러 품종의 배가 생산되면 수출 물량 확대는 물론 시장개척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산물도 고급화·다양화 시대를 맞았다. 울산배도 소비자들의 변화된 요구에 맞춘 고급화·다양화 전략으로 여러 악재 속에서도 전통적 배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되찾길 기대한다.

서정혜 경제부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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