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억 울산건축문화제 조직위원장(공동)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우리가 사는 집의 소중함과 가치는 누구나 잘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은 심신 양면으로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즉 집은 물리적으로는 혹독한 외부 자연환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면서, 정신적으로는 우리에게 평온함을 주고, 사회적으로는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집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이면서, 상징적으로는 한 사람의 존재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집들은 또한 모여서 마을을, 나아가서는 도시를 만들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게 됨으로써 우리 도시의 얼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집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의 인식은 너무 물리적, 기능적 측면, 그리고 투자적인 가치에 한정하고 있다. 공기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면서도 그 가치를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처럼 누구나 집에서 살고 있지만, 좋은 집의 고마움과 가치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1월2일부터 7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거행되는 이번 울산건축문화제가 단순히 건축인들의 행사가 아니라, 울산 시민 모두에게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집과 건축의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 올해 건축문화제 주제를 ‘우리 집’으로 정한 것은 건축의 기본이 되는 주택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이겠으며, 이를 통해 건축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흔히 회자되는 말처럼 우리가 건축물을 세우지만, 그 건축물들은 우리를 만들게 된다. 지금 세워지고 있는 건물들은 우리 도시를 이루게 되고, 그 구조화 형태는 우리 도시의 품격과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건축은 문화의 한 현상으로 우리의 행태와 생활방식을 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철학까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축은 단순히 건축주와 시공자의 편이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지어진 건물은 우리의 도시를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의 공공적인 측면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여러 도시에서, 형식과 규모에 있어서는 각기 차이는 있으나 건축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각 도시마다 경쟁적으로 생활의 바탕이 되는 그 도시의 건축자산을 자랑하고 있다. 건축은 도시경쟁력의 한 요소이면서, 그 도시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수도로서의 울산에서 벗어나 앞으로 울산시의 슬로건인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울산의 문화도시로서의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의 품격을 특히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건축문화제는 올해의 ‘울산광역시건축상’ 수상작, 기성건축가들의 작품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울산광역시 건축대전’(주제:새로운 주거), ‘도시디자인공모전’과 함께, 초대작가 20명의 ‘점포주택 설계 기획전1’, 젊은 건축가들의 꿈을 펼치는 ‘기획전2’ 등 건축에 관한 여러 전시 행사뿐만 아니라 ‘건축도시 정책 포럼’(11월3일), ‘시민건축대학’(9월14일부터 매주 목요일 개최중임), ‘건축 투어’ ‘어린이 건축교실’ ‘우리 집 그리기’ 등의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

올해의 울산건축문화제는 울산시로서는 제1회 행사로서 울산시 건축사협회와 울산시가 주최하고 지역 건축인들이 모두 힘을 합하여 우리 시에 그리고 특히 우리 시민들에게 필요하다고 믿어지는 행사들로 기획하였다. 울산 시민들에게 일일이 원하시는 행사를 조사해 보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다른 도시들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천편일률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참신하면서 울산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기획전을 포함하였다. 이번 울산건축문화제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그 도시 속의 건축물들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축제이길 바란다. 앞으로 울산이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 울산건축문화제가 작은 마중물 역할을 맡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축과 도시의 주인공인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겠다. 이를 통해 울산 시민 모두가 건축문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울산시의 건축문화가 앞으로 더욱 꽃 피우길 기대해 본다.

신재억 울산건축문화제 조직위원장(공동)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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