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지난해 나라를 떠를썩하게 만들고 전국민이 분노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사건도 아니다. 교육부의 잘 나가는 엘리트 관료가 한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바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 한마디로 국민들은 분노했고, 그는 결국 파면되었다. 말 한마디에 자신이 이뤄놓은 성공과 명예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날아간 것이다. 또한 2014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정몽준 전 국회의원은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아들 글이 문제가 돼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이 말을 하면 언제든지 반론을 제기한다. 그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대화와 토론이면 문제가 안되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빗거리가 된다. 또한 어떤 이는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본인의 얘기만 시종일관 늘어놓는가 하면 본인이 말에만 도취가 되어 쉴 새 없이 떠들어 주위사람들에게 소외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묻지도 않았는데 자식자랑을 일삼는 사람도 많다. 40년 넘게 우정을 쌓은 진정한 친구도 우스갯소리로 자존심을 깎는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원수가 된 사례도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연륜이 쌓이면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자신의 말수를 줄이는 것이 예의와 법도에 맞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금언(金言)을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너무 흔하디흔한 속담이어서 오히려 식상한 말이 되었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이것을 간과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말은 뱉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필자의 경우는 공직생활을 할 때 시장이 나에게 당신과 나는 악연이라고 말을 한 것이 있다.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였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필자는 그 당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충격적이었고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같은 값이면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면 어떨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말을 한다. 인간관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면 그것을 잇는 것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하는 것도 실제 따져보면 말을 품격있게 하는 것과 동격인 것이리라. 우리가 살아가는 희로애락의 근간에는 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인간에게 말이 없다면 삶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처럼 말의 중요성을 높을진대 학교나 사회 어디서든 말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것은 너무나 기본적이어서 가정의 몫이라고 여겨져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옛날처럼 대가족이 아닌 요즈음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가정에서 그것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맞벌이 가족간에 대화도 많이 하지 못하는 세태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그것을 잘해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전 국민적 캠페인으로 예쁜 말하기 운동 또는 제대로 된 말하기 운동을 하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간의 관계가 좋아져서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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