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균등·실력경쟁 장점 살리려면
中企에 맞는 채용도구 설계 필요
현장 활용 위한 시스템도 갖춰야

▲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채용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 항목을 걷어내고 직무능력을 평가,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최근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확산의지가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무원의 무서류전형 및 블라인드 지원서, 블라인드 오디션, 블라인드 면접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구직자에게 동일 조건 및 출발선에서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이다. 여기에 학력 및 지역 차별 감소 방안을 통해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고, 인적 요소 등 편견을 유발하는 내용을 배제해 직무능력 위주로 선발,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정성 및 신뢰도 향상시킨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국정과제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처음이지만 사실 시작은 참여정부 시기부터로 볼 수 있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사건 조사를 통해 근로복지공단, 예금보험공사 등 9개 공공기관의 직원채용시 나이 및 학력제한 폐지를 결정했고, 2005년 공무원 시험부터는 응시원서에 학력기재를 폐지,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는 등 서류전형없이 지원자 모두 필기 응시를 가능하게 했다. 2015년부터는 공공기관 NCS채용을 통해 직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직무능력을 평가해 채용, 직무기술서 공개 및 체계화된 면접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추진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실시되고 있는 공공부분의 채용은 모두 블라인드 선발로 시행하고 민간 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 확산 지원을 지시한 바 있다.

최근 잡코리아를 통해 기업 인사담당자 418명을 조사한 결과 80.9%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특히 스팩을 보고 뽑았더니 현업에서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53.6%, 기존 이력서 항목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가 52.1%, 공정하게 실력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2.5%에 달했다. 일부 블라인드 채용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인재 채용을 위한 일정한 기준 및 판단 근거가 모호하고 블라인드 채용에 맞춘 새로운 스펙이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와 외모나 임기웅변과 같은 단편적인 면들로 지원자를 판단할 수도 있다는 응답이었다.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나이와 지역, 출신 대학을 기재하지 않고 실력만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의지로 블라인드 채용인 ‘힌트(H-INT)’를 새롭게 도입했다. 지원자들은 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에 참여 이유와 직무 역량, 비전 등을 1000자 내외로 작성해 제출하고, 채용 담당자들은 이를 보고 매주 약 100명을 선발해 면담을 진행한다. 카카오는 온라인 지원 접수에서 블라인드 전형의 취지에 맞게 학력, 나이, 성별, 경력 등을 기입하지 않고, 성명, e메일, 휴대전화 번호 등만 입력한 후 본인 계정을 생성하면 코딩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다. 코딩테스트는 온라인 2차례, 오프라인 1차례 등 총 3차례에 걸쳐 실시되며, 코딩테스트를 통과한 합격자를 대상으로 1, 2차 인터뷰를 진행한 후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와 모순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란 지방 혁신 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채용에서 전체 인원의 30%를 본사 소재지 최종 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채우는 제도다. 지원서에 출신지역, 학교, 학점 등을 기재하지 못하는데 최종학교의 소재지는 구분해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 구직자들은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부산이나 울산 등 동남권지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의 공공기관에 지원하면 지역인재로서의 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전통적인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블라인드 채용이나 다른 형태의 고도화된 채용시스템을 활용해 구직자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누구나 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6.1%에 지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민간부문에서 적극 도입을 시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인사업무 전담자가 부재한 중소기업이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개별 채용도구를 설계하고 이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기적 지원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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