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드폴(본명 조윤석·사진)은 작은 것에 매료된 가수다.

‘농부 뮤지션’ 가수 루시드폴
제주도서 감귤 농사 지으며
옛 사운드 구현한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발매

루시드폴(본명 조윤석·사진)은 작은 것에 매료된 가수다.

학창 시절에는 ‘화학’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그를 사로잡았고, 전업 가수가 되고부터는 노래마다 작은 꽃과 새, 풀잎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4년 결혼해 제주도로 이주한 뒤로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번역하고 동시를 썼다.

제주에 정착한 지 3년째. 작은 것을 향했던 그의 시선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안테나뮤직에서 기자들과 만난 루시드폴은 그 대답으로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내놨다.

앨범 소개에 앞서 그는 귤 자랑부터 했다. 루시드폴은 2014년부터 귤 농사를 짓고 있다. 2015년에는 소속사 대표인 유희열과 CJ오쇼핑에 출연해 7집 앨범과 손수 기른 귤을 팔기도 했다.

“우리 귤이 얼마 전에 무농약 인증을 받았어요. 칼슘 액상 비료는 직접 만들어서 써요. 현미식초에 패화석(굴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토양개량제)을 녹여서요. 바실러스균이 많은 청국장과 유용미생물(EM)도 써요. 사람 몸에 좋은 것 중에 나무에 좋은 게 많답니다.”

8집 앨범은 이렇게 애지중지 가꾼 귤밭에서 탄생했다. 귤밭 한 켠에 손수 오두막을 짓고 작사·작곡과 녹음, 믹싱을 직접 했다.

1968년형 깁슨 베이스와 1970년대 야마하 드럼을 구해 묵직한 옛 사운드를 구현했고, 노래에 다 못 담은 순간은 낡은 필름 카메라에 사진으로 남겼다.

싱글 위주 음원 시장에서 정규 앨범을, 거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노동집약적인 앨범을 만든 것은 “음반 이상의 무언가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의지 때문이다.

앨범 타이틀을 ‘모든 삶은, 작고 크다’로 지은 것 역시 농사일 덕분이라고 했다. 농사의 즐거움에 야행성 습관도 고쳤다. 밤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노동을 준비한다고 했다.

“생태화장실에 분뇨를 두면 굼벵이가 굉장히 많이 생겨요. 그 굼벵이가 나중엔 하늘소가 돼 밭으로 돌아오고…. 모르면 몰라도, 그런 게 자꾸 보이니까 살충제도 뿌릴 수 없더라고요. 작은 벌레 하나든 커다란 말 한 마리든 생명 안에는 커다란 우주가 있다는 걸 매일 피부로 느꼈어요.”

타이틀곡 ‘안녕’은 그의 미성과 이상순의 기타, 이진아의 피아노가 포근하게 어우러진 노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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