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지난 주말 울산과학관에서는 울산이 시교육청으로 승격된 지 20년을 기념하는 울산교육박람회가 있었다. 그동안 울산 교육이 노력하고 발전한 모습을 박람회의 여러 부스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행사장 속 학부모와 아이들은 교육의 무거움보다는 만들고 배우는 노작의 즐거움으로 가득해 보였다. 벌써 3번째인 ‘울산학생 저자 책축제 한마당’도 함께 했다.

3년 전부터 교육청은 학교별로 3권 학생 책쓰기 동아리의 책을 써내는 일을 해왔다. 그 결과 학생 저자들이 자신의 글을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올해는 3년째가 되면서 학생 책쓰기가 안착된 느낌이다. 책쓰기의 거대한 구상에서 벗어나 동아리원들끼리 아이디어를 짜내 그들만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글로 써냈다. 자유시를 쓰기도 하였고, 그리스 신화를 읽고 감상문을 모아 책으로 내기도 했다. 10분 쓰기라는 주제로 귀엽게 학급 문고를 완성한 초등학교도 있었다. 어떤 학교는 2년 연작으로 울산의 풍경과 독도의 자연이라는 주제로 학생의 그림을 모아 컬러링북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우리 학교는 춘향전을 영어로 번역한 책을 출간했다. 책의 완성도와 가치적 측면은 다소 떨어지지만 책 쓰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 출간 소감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꿈을 가졌고 힘들었지만 글쓰기의 힘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나는 올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책쓰기 지도를 쉬었지만 지난 2년간 책쓰기 지도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교사된 보람을 가득 느낀 시간이었다. (참고로 나는 학생을 진정으로 위하는 교육자라기보다는 업무로 만난 일들에 대해서 그저 열심히 해보려는 생계형 교사이다.) 바쁜 학교 일과에서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어떻게 책을 쓸 것인지 의논하고 읽을거리를 주고 읽고 글을 써오라고 강요하고 마감을 재촉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저마다 자신의 스토리가 글로 써졌고 책으로 나왔다. 공황장애의 경험을 그림과 캘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직면하고 타인이었던 ‘그 아이’가 자신이었음을 이해하게 된 과정을 그린 ‘그게 나’. 민들레와 까마귀와 소녀의 꿈 속으로 찾아가 위로를 건네는 고래의 이야기 ‘라온 하제’. 이 책들은 정식 출판을 하고 싶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우리 학교 학생의 작품으로 ‘책 먹는 여우’처럼 멋진 출판기획자를 기다릴 뿐이다.

특히 올해는 책쓰기와 관련해 울산광역시 교육청이 학생과 시민이 모두 책 읽는 울산이라는 캐치프래이즈를 내걸고 ‘울산학생 책읽는데이~’ 사업을 야심차게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 결과 책축제는 한해 동안 일궈낸 독서 교육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고 한편으로 각 학교 독서교육 담당자의 고군분투를 느낄 수 있었다. 관 주도로 시작했지만 이들의 노력으로 올해 우리 학생들이 책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양적 질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우리 울산학생이 책읽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이다. 그리고 이제 책읽기와 쓰기를 위한 인식과 인트라에서 기초를 마련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의 숙제는 독서가 학생들의 삶으로 스며들어 사회가, 학교가 굳이 권하지 않아도 그저 책이 좋아서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고 사유하는 우리 모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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